리커창 중국 총리가 산둥성 시찰 도중 과일 가게에 들러 물가 동향을 점검했다. /중국 국무원

중국의 3월 생산자 물가가 8%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월(8.8%)보다는 낮아졌지만 시장의 예상(7.9%)을 웃돌았다.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생산자 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8.3%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들이 잇따라 봉쇄된 것이 비용 상승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혔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는 작년 5월 이후 11개월 연속 8%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전력난이 심각했던 작년 10월에는 25년 만에 최고치(13.5%)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원자재 가격을 억누르지 않는다면 생산자 물가가 더 높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장기간 높은 수준의 생산자 물가가 유지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수 있다.

3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1.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1.2%)를 웃돌았고, 올 들어 지난 1월과 2월 모두 0.9%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커져 휘발유(24.6%), 경유(26.9%) 가격이 급등했다.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식재료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도 물가를 끌어올렸다. 야채(17.2%), 계란(7%), 수산물(4.2%) 값이 많이 올랐다.

이처럼 에너지·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생산자 물가가 높은데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5%에 그치는 이유는 소비자 물가 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돼지고기 값이 41.4% 폭락한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돼지고기 값 급락은 역설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결과다. 돼지용 사료 값이 크게 오르자 부담을 느낀 양돈 농가에서 앞다퉈 돼지를 도축하는 바람에 공급량이 급증해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내 여러 도시가 봉쇄되면서 소비 심리가 꺾이고 내수 부진에 빠진 것도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중국의 소비자 물가가 현저히 낮은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