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트럭’ 비전을 제시해 제2의 테슬라로 떠오르며 주가가 치솟았던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니콜라를 둘러싼 진실 게임이 시작됐다. 특히 지난 8일(이하 현지 시각) 100년 역사의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GM과 손잡았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여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레버 밀턴(38) 니콜라 창업자 겸 회장은 지난 10일 A4 용지 60쪽이 넘는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가 사기라고 주장한 힌덴부르크 리서치에 대해 “공(空)매도 전문 기관의 탐욕이 빚어낸 거짓과 속임수”라면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11일에는 “로펌의 조언을 받아 구체적인 반박 자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미 증권거래위의 허가를 받아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콜라는 그동안 GM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부품사인 보쉬, 이탈리아 상용차 업체 이베코 등과 제휴를 해왔고, 국내에선 한화그룹의 투자를 받은 바 있어 국내에서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니콜라가 2018년 공개한 수소트럭 '니콜라 원'이 달리는 영상의 한 장면. 당시 밀턴은 "이건 진짜다"라고 말했지만, 힌덴부르크리서치는 "언덕 위에서 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 “니콜라가 트럭을 언덕에서 굴렸다?”

힌덴부르크 리서치는 “니콜라는 어떻게 수많은 거짓말로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는가”라는 보고서에서 밀턴 니콜라 창업자 겸 회장의 과거 경력을 먼저 공격한다. 보고서는 밀턴이 처음 창업한 보안 경보 관련 스타트업을 30만달러에 매각해 놓고, 50% 지분을 투자한 동업자에겐 매각 금액을 속여 10만달러만 줬다고 주장했다. 또 그 뒤 2009년 밀턴이 창업한 디하이브리드라는 회사는 디젤 트럭을 ‘CNG(천연가스)’로도 갈 수 있는 하이브리드 트럭으로 개조하는 기술을 홍보하며 트럭회사 스위프트에서 200만달러(약 23억원)을 투자받고 1600만달러 규모 시제품 트럭 10대 공급 계약도 따냈다. 그러나 디하이브리드는 결국 시제품 5대만 공급했는데, 이마저도 작동되지 않아 2012년 결국 소송을 당했다. 밀턴은 2011년 스위프트와의 1600만달러 계약을 ‘2억5000만달러’ 계약으로 포장해 트럭 렌털 기업 라이더 시스템스 CEO에게 메일을 보내 또 다른 계약을 추진했다. 힌덴부르크는 그 증거로 스위프트와의 계약서, 라이더 시스템스 CEO가 받은 이메일 등을 공개했다. 밀턴이 과거부터 거짓말이나 과장으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힌덴부르크는 또 밀턴이 “우리가 갈 길은 천연가스”라고 주장한 지 두 달 만에 돌연 ‘수소’로 방향을 틀었다고 주장했다. 2014년 니콜라를 창업한 밀턴은 수소 생산 기술이 있다거나 수소 트럭 기술이 있는 것처럼 홍보하며 니콜라의 가치를 키웠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밀턴이 2016년 세미 트럭 ‘니콜라 원’을 공개하며 “이건 진짜다. 수소로 작동하는 진짜 트럭”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트럭은 실제로는 CNG를 기반으로 한 트럭으로 무대 아래 전선으로 시동을 걸었으며, 수소 연료 전지 등 핵심 동력 장치 및 부품이 없었다는 것이 힌덴부르크의 주장이다. 더불어 2018년 니콜라 원이 달리는 영상도, 평지처럼 보이는 언덕에 트럭을 견인해 놓고 기어를 중립으로 놓은 상태에서 아래쪽으로 굴렸다는 전직 직원 증언도 나왔다. 니콜라와 협업했던 스웨덴 연료 전지 업체 파워셀의 대변인은 힌덴부르크 측에 "니콜라의 수소 전지는 허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밀턴은 “다른 업체들보다 81% 싼 가격으로 수소 연료를 만들 수 있고 생산 중”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생산을 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또 밀턴은 최근 유럽 시장 공략용 트럭 `트레`를 언급하면서 “독일 울름 지역에 조립 라인을 두고 생산할 것이며 5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생산 협력을 하기로 했던 보쉬 대변인에 따르면 이달까지 어떤 트럭도 생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힌덴부르크의 보고서가 모두 사실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이에 대해 니콜라 측은 “거짓과 속임수”라면서 “구체적인 반박 자료를 곧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밀턴은 11일 부품 등 내부가 드러난 수소트럭 사진 여러 장을 트위터에 올리며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는 바로 그 트럭”이라며 “독일 울름 지역에서 생산돼 곧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GM, “니콜라 믿는다”

그렇다면 GM은 과연 사기를 당한 것일까. 힌덴부르크는 “GM이 전기차 신드롬을 일으킨 테슬라에 쫓기다가 니콜라와 손을 잡았다"며 “GM이 니콜라에서 얻는 기술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니콜라에 현금을 투자한 게 아닌 GM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니콜라의 ‘배저’ 트럭 생산을 돕는 대가로 20억달러 가치의 니콜라 지분 11%를 받기로 하고, 수소 연료 전지와 배터리, 전기차 플랫폼까지 니콜라에 공급하기로 하면서 ‘친환경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공매도(주가 하락 시 이익을 얻는 투자) 기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사진으로 가치를 평가받는 스타트업의 속성상 일부 거품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니콜라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며 파트너십을 통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 업체가 되기를 희망해 왔다”며 “그동안 수많은 벤처캐피털이 니콜라를 검증했을 테고, 상장까지 했는데 저런 사기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