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와 기아 ‘레이’를 중심으로, 한동안 시들했던 국내 경형자동차(경차)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차는 그간 ‘작은 차라고 얕본다’ ‘도로 위에서 다른 차들이 양보를 잘 해주지 않는다’는 통념에 비인기 차급으로 분류됐지만, 지난달 캐스퍼가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높아진 인기에 따라, 그간 무시받던 경차에 대한 인식도 변했을까? 자동차 전문 유튜브 채널 ‘오토기어’가 캐스퍼를 타고 실제 도로에서 경차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실험한 영상이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업로드된 ‘경차 무시하지 마세요, 아직도 자동차로 사람 등급을 나눠요?’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첫 장면은 캐스퍼를 운전하던 유튜버가 신호 대기 중인 모습이 담겼다. 이어 황색등에서 초록불로 바뀌고 2초쯤 지났을 때 뒤차는 캐스퍼를 향해 ‘빵’하고 경적을 울렸다. 이에 유튜버는 “진짜 여지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캐스퍼를 타는 나흘 동안 신호 변경 시 뒤차가 1초도 안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평소 수입 대형차를 이용할 땐 4~5초쯤 출발이 지연돼도 저런 반응을 거의 받아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유튜버는 벤틀리 플라잉스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는 “경차가 저렴한 것만도 아닌데, 사회적으로 알려져 있는 브랜드와 차의 사이즈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유튜버가 이날 탑승한 ‘캐스퍼’의 풀옵션 판매가는 2057만원이다. 1000만원대 국산 중형차 세단보다 높은 가격이다.
그는 “자동차, 집 등 소유물이 인격이나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지 않는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보여지는 것이나 경제력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건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튜버는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겠으나 신호 변경 시 바로 경적 울리거나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의 상당수 번호판이 ‘하‧허‧호’”라고 했다. ‘하‧허‧호’는 렌터카 전용 번호판이다. 그는 “경차를 타려면 이런 부분에 좀 무감각해지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차 돌풍 주역 ‘캐스퍼‧레이’
반도체 부품 품귀 등으로 완성차 업계가 내수 부진을 겪고 있지만,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는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지난 9월 선보인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캐스퍼는 사전예약이 2만3700대를 넘기는 등 초기 판매에 성공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캐스퍼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2506대다.
기아 ‘레이’도 차박(차에서 숙박) 열풍에 힘입어 인기가 상승 중이다. 레이는 지난달 국내에서 3399대 팔렸다. 레이는 지난 4월부터 꾸준히 3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