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이르면 내년 신작부터 e심(embedded SIM·eSIM)만으로 구현되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미국을 시작으로 빠른 시간 내 e심만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전 세계 출시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심은 내장형(Embedded) 심카드를 말한다. 사용자가 따로 구입해 휴대전화에 꽂아서 사용하는 물리적 형태의 유심(USIM)과 달리 출시할 때부터 스마트폰 보드에 내장돼 있다. 유심과 마찬가지로 가입자를 식별하는 역할을 하며, 다른 통신사로 이동 시 칩을 갈아 끼울 필요 없이 정보를 직접 내려받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소비자 관점에선 번호 이동이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29일 맥루머 등 정보기술(IT) 전문 외신을 종합해 보면, 애플은 차기 신작인 ‘아이폰 14′ 시리즈부터 e심만으로 구현되는 스마트폰을 내놓기 위해 미국 통신사와 논의 중이다. 애플 관련 소식을 자주 유출하고 있는 ‘딜런’이라는 개발자 역시 트위터(@dylandkt)를 통해 “애플이 내부적으로 e심 전용 아이폰 모델을 테스트 중이다”라며 “조만간 유심 카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없앨 것이란 점을 소식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런 전망이 사실이라면 애플은 이어폰 꽂는 구멍을 없애며 무선 이어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데 이어 e심 스마트폰 시대를 열 전망이다. 애플이 먼저 움직일 경우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사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0부터 e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다만 국내 출시 모델에서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은 내년 9월부터 e심 서비스를 시행한다.
애플은 2018년 9월 출시한 ‘아이폰XS’ 시리즈 때부터 기존 유심과 e심을 함께 쓸 수 있는 듀얼심 형태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이를 완전히 e심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물리적 심 공간을 제거하면 카드를 삽입·제거하는 매커니즘이 필요 없게 되면서 내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얇게 만드는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회사인 만큼 디자인적인 미니멀리즘을 구현할 수 있고, 확보한 내부 공간에 다양한 주파수를 지원하는 칩셋을 탑재해 다양한 국가에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라면서 “제조사 입장에서 국가별 커스터마이징(맞춤) 작업을 덜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e심 전용 단말기를 내놓을 경우 전 세계적으로 e심 스마트폰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특성상 국가별 e심 지원 현황에 따라 스마트폰을 달리 만드는 수고를 할 것 같지 않다”라면서 “협상력이 큰 애플이 2022년이나 2023년 국가와 관계 없이 본격적으로 e심 전용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한다면, 삼성 등 다른 제조사가 따라갈 수밖에 없고 각국의 e심 지원 정책도 속도를 낼 수 있는 만큼 e심 스마트폰 시대는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탑재될 것이란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