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최근의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 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 살펴보겠다.”

지난 8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 말입니다. 최근 신용대출이 증가한 까닭에 대한 비교적 색다른 진단이었습니다. 기록적인 저금리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출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라, 은행권이 너무 신용대출을 많이 퍼줘서라는 시각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은행들 책임을 거론했으니, 곧 신용대출 규제가 나올 수 있겠다”는 말이 나왔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소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은행들의 신용대출 과잉 경쟁을 자제해달라” “고소득·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한도가 과다하다” “비대면 신용대출의 용도 확인 절차를 강화해달라”는 말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후 시중은행 여신 관련 부서에서는 신용대출 한도나 금리를 얼마나 고칠지 검토하느라 바빠졌습니다. ‘지표금리·가산금리를 건드리긴 어려우니 우대금리를 건드린다더라’ ‘고소득·고신용자는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수준으로 제한된다더라’ 같은 말들이 돕니다. 그러다보니 ‘신용대출 막차’ 타려는 사람들이 몰려 하루에만 3000억원 넘게 대출을 타가고 있습니다.

대출 수요자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이해는 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이 5조7000억원 늘어 월간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워낙 가팔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에서는 “신용대출 규모가 전체 가계대출에 비해선 작지만, 만기가 통상 1년 내외로 짧아 금융안정 측면에서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해 안 가는 게 하나 있습니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는 지난달 말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입니다. 신용융자 금리를 낮추라는 거죠. 이후 화답하듯 주요 증권사들이 금리를 내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5648억원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습니다. 물론 사상 최대입니다. 그만큼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심지어 꿔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융자를 중단하는 회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제 눈에는 은행의 고신용·고소득자 신용대출 증가세보다는 증권사의 신용융자 증가세가 더 위태로워 보입니다. 그걸 떠나서라도 최소한 금융 당국이 메시지를 통일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