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실물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미리 내다 파는 ‘증시판 봉이 김선달’ 무차입 공매도(空賣渡)가 여전히 있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6일 무차입 공매도 금지 법령을 위반한 외국 운용사·연기금 4개사에 대해 총 7억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사안은 올해 3월부터 실시된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 이전에 발생했다.

금융위는 이번에 적발된 사안에 대해 “매도주문 제출 과정에서 차입 계약 체결 여부 또는 주식 보유 여부를 착오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예컨대 외국 연기금 A사는 10회에 걸쳐 1300만원 정도를 무차입 공매도했다. 금전적 이득을 노렸다고 보기에는 회사 이익이 없거나 미미하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착오로 인한 경우라도 금융회사의 공매도 제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주의의무 해태로 보아 엄정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공매도란 주가가 떨어질 걸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은 뒤 차액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허용되는 건 ‘차입 공매도’다. 실물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을 뜻한다.

반면 무차입 공매도는 매도시점에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결제일에 결제할 주식을 확보하지 않은 매도 행위를 말한다. 현행법상 불법이다. 인위적인 가격 하락을 유도해 시세 조종 수단이 될 수 있고, 공매도 시점에 결제주식이 없어 결제가 불이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4곳 모두 외국계 투자 회사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주호영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101건 중 94건(93%)이 외국계 투자 회사에 의한 것이었다. 45건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56건은 ‘주의’ 처분만 받았다.

일각에서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 수준을 높이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