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관람객들이 일대를 내려다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두 달에 한 번꼴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의 효과에 대해 꽤 만족하고 있는 듯 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음주 화요일(22일)이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된다는 게 상징적이다.

과연 우리 부동산 시장은 그사이에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여기에 답을 얻으려고 10년 치 부동산 등기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물이 16일 발표한 ‘법원 등기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부동산 거래 트렌드 분석’ 보고서다. 보고서가 그린 부동산 시장 변화상은,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생애 첫 주택 마련 가구 줄었다, ‘인서울’도 어려워져

생애 처음 집을 산 가구는 대표적인 실수요자다. 생애 처음 부동산을 산 인원수는 2012~2015년에는 빠르게 늘면서 2015년에는 53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하락 반전했다. 특히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2019년에는 41만명에 그쳤다. 그만큼 대표적인 실수요자인 ‘생애 첫 보금자리 마련’ 가구가 줄었다는 뜻이다.

이들이 첫 보금자리로 서울·경기도를 선택한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10년만 하더라도 셋 중 하나(37%) 정도가 수도권을 택했지만, 올해 기준으로는 절반(49%)에 달한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그러나 ‘인서울’은 어려워지고 있다. 첫 주택을 서울에서 마련한 비율은 2016년 20%에서 올해 15%로 뚝 떨어졌다. 대신 경기도에서 첫 보금자리를 찾는 비중이 2016년 30%에서 올해 34%로 늘었다.

서울의 집합건물을 산 사람 가운데 생애 첫 부동산을 마련하는 사람 비중은 어떨까. 지난 2014년에는 최대 49%까지 올라 갔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1%로 뚝 떨어졌다. 2010~2014년 사이에 꾸준히 오르다, 그 이후 하락 추세로 반전한 것이다. 대신 기존 주택 보유자의 ‘갈아타기’나 추가 매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30대 ‘영끌’ 매수 증가..“청약 어려워진 탓”

최근 부동산 시장의 주역으로 30대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등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인 중 30대 비중이 2017년 24%에서 올해 상반기 28%로 빠르게 늘어났다. 서울의 30대 인구 비율이 줄고 있는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평균 자산이 적은 20~30대의 소위 ‘영끌’ 매수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는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한 꿈이라는 인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기태 연구원은 “최근 서울 뉴타운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최고 340대 1에 달하고 청약 커트라인이 30대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69점을 기록했다”면서 “청약 당첨을 통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대출을 받아서라도 매수를 하겠다는 현상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한 30대들이 가장 많이 산 지역은 어딜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구로구(7.8%)가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강서구(6.7%), 송파구(6.5%) 등이다. 반면 이미 부동산이 있는 30대가 추가 매수하거나 ‘갈아타기’에 나설 때 택한 곳은 강서구(8.7%), 송파구(7.4%), 강남구(7.3%), 서초구(5.5%), 양천구(5.1%) 등 순서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다주택자 때려잡기? 신탁·법인·증여로 피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때려잡기’는 통했을까.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처럼, 다주택자는 다양한 규제 회피 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2017년 8·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직후인 그해 8월, 서울의 집합건물 신탁은 6589건으로 급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 최근 7·10 대책이 나오자, 올해 7월 서울 집합건물의 증여 건수는 6456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2013년 9월(330건) 대비 19.6배 수준이며,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보고서는 “7­·10 부동산 대책(다주택자 세제 강화) 발표 하루 뒤부터 서울시 집합건물 증여 수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회피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가족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