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만에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정 준칙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 준칙이란 재정 적자나 국가 채무 같은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차 추경안 검토보고서에서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투입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지만,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재정 준칙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위기 이후의 재정 운용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위기 시는 물론 평시의 재정 운용 방향 등에 대한 체계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적절한 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 운용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재정 준칙은 전 세계 96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법률로 재정 준칙을 마련하려다 무산됐고, 현재 기획재정부가 ‘느슨한’ 형태의 재정 준칙을 마련해 이달 말쯤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은 이마저도 “정부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심화시킨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4차 추경안 분석보고서에서 “일시적인 경제 충격에는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평상시에는 강한 재정건전화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리 경제·재정 여건에 적합하고 실효성 있는 재정 준칙을 도입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독일과 스위스는 헌법으로,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법률로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독일은 구조적 재정 적자와 부채 신규 발행을 각각 GDP 대비 0.35% 이내로 유지하도록 헌법에 명시했다.

이런 재정 준칙이 없는 우리나라는 적자성 본예산에 네 차례 추경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재정 적자가 GDP 대비 -6.1%에 달하고, 국가 채무는 100조원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100조원 이상 재정 적자를 내겠다는 내용을 담은 예산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