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광재단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문화의 중흥기를 이끈 신촌과 그 자리를 지키며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을 '신촌 감성 코스'에 담았다. 아울러 유진상가, 인왕시장, 포방터, 홍체천 공공미술관 '홍제유연' 등 서대문구의 정겹고도 다양한 나들이 코스를 함께 제안했다. 사진은 옥천암 마애불 주변을 흐르는 홍제천<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 7080 그 시절 청춘들의 추억창고 '신촌 감성 코스'

◇신촌의 랜드마크였던 홍익문고

- 유유자적 8km 홍제천 산책길 따라 이어지는 포방터시장, 유진상가 등 이색공간

◇플레이버스

- 도심 속 버려진 공간의 재탄생 '홍제유연', 지붕 없는 미술관 관람하며 문화생활도

◇창천문화공원에 세워진 가수 김현식 동상

근자에 거세게 일었던 '레트로(Retro)' 감성은 여전히 서울 도심 속에서 복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장년층은 과거를 회상하며 향수를 느끼고, 젊은이들은 이를 확장하며 뉴트로, 힙트로, 빈트로 등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홍제유연.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는 빛의 터널이 설치 되어 있다. 작품명 '온기'는 대표적 사진 스팟이다.

서울 시내에서 레트로 감성과 더불어 뉴트렌드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지역이 있다. 서대문구가 그곳이다. 80~90년대 문화의 중흥기를 이끈 신촌이며,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 유진상가, 그 밑을 흐르는 홍제천 따라 조성된 도심 속 미술관, 거기에 살가운 인왕시장과 안산 무장애 산책코스까지….

◇홍제천 폭포마당

광화문 지척 서대문구는 레트로 감성 가득한 거리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소박하고 개성 있는 도심 나들이 명소로, 느릿하고 여유롭게 발길을 옮길 만한 곳이다.

◇인왕시장의 홍제동 원조국수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촌의 감성 '청춘의 거리'

1980년대 신촌은 '젊음의 거리'를 중심으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태동하던 곳이었다. 신촌에서 시작된 그 문화는 1990년대에 접어들어 한국 대중문화 전반으로 퍼져 나가며 문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당시 신촌의 문화를 상징했던 정겨운 공간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옛자리를 지키며 그 시절을 기억하는 7080세대와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신촌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홍익문고다. 홍익문고는 1957년 문을 연이래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본받아 책으로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홍익문고는 창업자인 故박인철 씨가 신촌 거리에서 리어카 행상 헌책 판매를 한 게 시작이다. 이듬해 판잣집으로 된 조그만 책방을 열어 본격적으로 서점의 꼴을 갖췄고, 1978년 지금의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홍익문고는 핸드폰이 없던 90년대까지만 해도 신촌의 대표적 약속 장소였다. 수많은 청춘들이 이곳에서 시집이나 소설을 뒤적이며 누군가를 기다렸던 추억을 지니고 있다. 홍익문고 앞으로는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가 15명의 양손 핸드프린팅 명판이 바닥에 설치된 문학의 거리가 이어진다. 프린팅 명판에는 작가들의 유명한 문장이 적혀 있어 음미해볼만하다.

연세로를 따라 걸어가면 스타 광장 한편에 놓여있는 빨간색 '플레이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버스 머리에 커다란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어 귀여운 모습이다. 신촌은 본래 음악다방이나 라이브클럽이 많았다. 플레이버스는 그 시절 인기를 끌었던 밴드 신촌블루스나 가수 권인하 등의 앨범부터 인디 음악을 이어오는 젊은 가수들의 것까지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이색 체험 버스이다.플레이버스 뒤로 도로를 건너면 창천문화공원이 나타난다. 공원 안에는 가수 故 김현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80년대 신촌에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태동하던 시절 결성된 신촌블루스는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과 실험정신으로 당시 대중문화의 한 획을 그었다. 원년 멤버인 김현식은 신촌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대중문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동상 뒤로는 이색적인 건축물이 보인다. 대학생과 청년,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문화생태 플랫폼인 신촌 파랑고래다. 신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파랑고래 멤버십에 가입하여 세미나실이나 공연연습실 등을 대관할 수 있고 기획전시나 공연, 워크숍 등을 열 수도 있다.

다시 젊음의 거리로 나와 가볍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훼드라로 향한다. 훼드라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주 찾던 라면집이다. '최루탄 해장라면'이 대표메뉴인데 최루탄이 터졌을 때처럼 눈물, 콧물 다 뺄 만큼 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개업 당시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옛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나면 커피를 한잔 마실 다방이 기다린다. 미네르바는 1975년부터 45년 동안 신촌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커피집이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원두커피의 원조' 또는 '진짜배기 사이폰 커피집'으로 불린다. 커피 향이 가득하고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는 낭만 가득한 공간으로 청춘들의 아지트였다.

미네르바와 더불어 신촌을 지키고 있는 독수리다방은 1971년 음악다방으로 시작하여 연대생은 물론 인근 대학생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소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커피전문점이 신촌 일대에 생기면서 쇠퇴하다가 결국 2005년에 폐업을 했다. 폐업 후 8년 만인 2013년에 독수리다방 창업자의 손자가 재 개업하면서 끊어졌던 명맥을 잇고 있다. 옛 모습이 사라진 아쉬움은 있지만, 시대정신이 담긴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나아가고 있다. 현재의 독수리다방은 8층에 위치해 창가 자리에 앉으면 연세대학교의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다방을 나와 마지막으로 박스퀘어로 향한다. 박스퀘어는 다양한 먹을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공공임대상가이다. 이화여대 앞 거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던 상인들과 공모를 통해 선발된 청년들이 입주하였다. 공공임대상가에 노점상 입점을 추진한 전국 최초의 사례다.

▶여행팁

◇가는 길=신촌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분

◇코스 정보= 홍익문고~문학의 거리~플레이버스~창천문화공원~신촌 파랑고래~훼드라~미네르바~독수리다방~박스퀘어

◆홍제천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빛의 예술 길 '홍제유연(弘濟流緣)'

홍제천은 북한산에서 발원해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조선시대 중국의 사신이 한양의 성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묵어가던 공관인 홍제원이 있던 까닭에 홍제원천이라고 불렸다. 홍제천 산책길은 홍지문에서 시작하여 포방터시장, 유진상가와 홍제유연, 홍제천 폭포마당, 산책로 미술관을 지나 한강까지 하천 옆으로 조성된 약 8km의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길은 평탄하여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물길 따라 왜가리나 청둥오리가 유유자적 노닐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홍지문에서 출발하여 데크로 된 길을 따라가면 옥천암의 마애보살좌상(보물 제1820호)이 나타난다. 5m 크기의 마애불로 하얗게 칠을 하고 있어 '백불'이라고도 불린다.

마애불을 지나 길을 따라가면 포방터시장으로 연결된다. 6.25전쟁 당시 포를 설치하여 종전될 때까지 서울을 방어했던 장소에서 유래하여 포방터라 불렸다.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곳이지만, 시장 주변으로 옹기종기 늘어선 주택은 홍제천과 어우러져 이제는 한가로운 분위기다.

포방터시장을 지나 홍제천을 따라가면 다시 유진상가를 만난다. 1970년 홍제천 위에 인공대지를 만들어 유진상가를 세웠다. 유진상가는 1층은 상가, 2층부터는 주거시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다. 길게 뻗은 유진상가 아래에 있던 250m 구간의 홍제천은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어 50년간 버려진 공간이었다.

서울시는 최근 홍제천 유진상가 구간에 공공미술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의 하나로 '홍제유연(弘濟流緣)'을 만들었다. '서울은 미술관'은 서울시가 도심 속 버려진 공간에 다양한 형태로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이다. 2019년에 유진상가 지하통로를 개방했고, 2020년 7월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홍제유연은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끊어졌던 과거의 상흔을 예술로 화합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홍제유연에는 3D 홀로그램을 이용한 작품과 자연의 소리를 배경으로 움직이는 빛의 조각을 연출했다. 어둠과 빛의 적절한 조화가 발걸음을 멈추고 전시에 흥미를 갖게 한다. .홍제유연을 지나면 분수와 인공폭포가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홍제천 폭포마당이 나타나고 산책로 미술관이 이어진다. 폭포마당에서 홍남교에 이르는 약 800m 구간에는 내부순환로의 고가도로를 받치는 기둥에 17세기에서 20세기 서양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바로크미술부터 표현주의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셈이다. 서양 미술 작품을 지나면 국내 유명화가들의 명화가 기다리고 있다. 홍제천에서 만나는 뜻밖의 미술작품은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여행팁

◇가는 길=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7018번 버스 타고 15분, 홍지문 정류장 하차/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마을버스 서대문 08번, 10분 이동~홍지문 정류장 하차

◇코스 정보= 약 8km, 홍지문에서 사천교까지 홍제천 서대문구 구역.

◆주민들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인왕시장'

1960년부터 홍제천 주변 둑길에서 자연시장 형태로 시작된 인왕시장은 1971년 정식 개설이 되었다.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조달하여 저렴하게 판매하며 농축산물 전문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직접 공수한 질좋은 농축산물 덕분에 서울의 주요 도매상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는 홍제동 일대의 상권이 쇠락하면서 140여 개의 점포가 유지되고 있다.

보통의 시장은 골목과 골목 사이에 점포들이 입점해 있지만, 인왕시장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광장 형태의 커다란 공간이다. 광장에 점포들과 음식점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어 시장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매 시장답게 농산물을 수북이 쌓아놓고 판매하는 모습도 여느 시장과는 다른 풍경이다.

▶여행팁

◇가는 길= 홍제역 1번 출구에서 도보 약 3~5분

◇정보=휴무일: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 / 벼룩시장 운영일: 시장 휴무일인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4월~10월에만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