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5641> 정청래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14일 대정부 질문에 분홍색 재킷 차림으로 나선 추미애 법무 장관은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미국 정치인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원을 벤치마킹한 걸까. ‘할 말은 하는’ 연방하원의장이자 남다른 패션 감각을 보이는 펠로시는 최근 핑크 슈트에 핑크 마스크로 의회 간담회에 여러 번 등장했다.

지난 5월 핑크 슈트에 핑크 마스크를 맞춰 입고 의회에 나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힐러리 인스타그램

추 장관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 나타내려는 의도로도 비쳤다. 여성주의를 상징하는 핑크색 정장은 추 장관이 ‘추다르크’로 불렸던 국회의원 시절 자주 입은 일종의 ‘갑옷’ 패션이었다. 당대표 시절이던 2017년 분홍 정장을 입은 그의 의상 출처를 온라인에 물은 시민에게 ‘홈쇼핑ㅋㅋ’라고 답해 ‘소탈하다’며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사진/ 14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2020. 09. 14 / 장련성 기자

그런데 추 장관의 이번 핑크 슈트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안에 짙푸른 셔츠를 입어 대조적인 느낌을 줬다. 추 장관이 ‘핑크추’로 돌아오기 직전 입었던 의상이 떠오른다.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국민께 송구하다”는 입장문을 밝히기 이틀 전, 국무총리 주재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입은 의상 속 ‘남색’이다. 당시 추 장관은 짙은 남색 핀스트라이프(얇은 줄무늬) 슈트에 흰색 포켓치프까지 완벽하게 세팅된 일명 ‘정치인 교복’을 입고 나왔다.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과 의혹 제기에 정면 돌파를 시사하는 듯 단호한 색상이었다.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청사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2020.9.11. / 고운호 기자

남색 핀스트라이프 슈트는 19세기 일부 마피아와 영국 은행가에서 입으며 ‘성공한 사업가’의 상징이 됐다. 특히 정치인에게 남색은 붉은색과 푸른색을 섞어 좌우를 통합하고 아우르는 효과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의 책 ‘스톤의 법칙(Stone’s Rules)’을 인용해 “신뢰성과 권위가 핵심인 모든 정치적 행위에는 잘 재단된 청색 정장이 필요하다”면서 “남색과 흰색의 조화는 진실성과 투명성을 나타내는 데 최적화된 이미지 도구”라고 전했다.

추 장관의 페이스북 문구가 전해진 날, 온라인엔 ‘9월 유행가’라며 ‘신(新)카츄샤의 노래’가 떠돌아다녔다. “마음대로 휴가 가고/ 마음대로 병가 가신/추사랑 아드님과/힘든 밤은 못 잊어/…/가엾어라 당직사병/서글픔은 내 가슴에/원한은 쌓이는데/엄마의 사랑 안고/카츄사는 떠나간다”. 김지미·최무룡 주연 영화 ‘카츄샤’(1960)의 원곡 ‘카츄샤의 노래’를 개작한 가사. 톨스토이 소설 ‘부활’의 여주인공 이름을 따 각색한 작품으로 추 장관 아들이 복무한 카투사(KATUSA)와 발음이 비슷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가 정치인의 주요 무기지만, 시각적 효과와 감성을 자극하는 몇 개의 문구로 진실을 원하는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