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힘껏 구르면 몸이 저절로 바람을 타고 떠올라 하염없이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꿈을 꿀 때가 있었다. ‘바람’은 무언가에 설레거나,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나고 싶은 마음을 대변하는 단어로, 이어지는 동사(불다·타다·쐬다·들다·나다·피우다·잡다·일으키다·맞다)에 따라 무척 다양한 의미가 된다. 바람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이고, 무슨 일에 더불어 일어나는 기세이며, 실은 그저 공기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쑥바자도 바람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것이라도 제몫을 해낸다는 뜻인데, ‘바자’란 싸리나 갈대 등을 엮어 흙집의 벽 안에 넣거나 울타리로 세우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비, 바람 등 자연재해를 피하기 위해 집이 지어지고 건축이 시작되었는데, 바람은 하염없이 몸을 옹송그리게도 하지만 반가울 때도 많다. 겨울 밤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은 때로는 지붕을 날리는 강한 바람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되지만, 맞바람이나 산들바람은 이름만으로도 시원해진다.

건축가 노은주

누구나 한번쯤은 여름 오후 한옥 툇마루나 대청에 누워 있다가, 어디선가 불어와 온몸을 시원하게 어루만지며 지나가는 바람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남향 창들은 햇빛을 들이고, 북쪽 창들은 바람을 부른다. 대청의 남쪽 창은 아예 없거나 크게 달아두는 것에 비해 북쪽 창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 주로 대청 북쪽 나무로 된 바람벽에 난 창들을 ‘바라지’, 혹은 ‘바라지창’이라고 하는데, 겨울에는 닫아서 차가운 북풍을 막고 여름에는 열어둔다.

후원의 찬 공기가 좁은 바라지를 지나며 속도가 생겨 빨라지고, 뜨거운 앞마당을 향하며 우물마루의 성근 틈으로 파고들어 서늘한 바람을 완성한다. 옛 사람들은 보이지 않지만 소리로 들리고 몸으로 만져지는 바람을 그렇게 ‘설계’했다. 실내에서 오로지 기계를 통해 나오는 바람을 쐬며 지낸 지루한 여름 끄트머리에 문득, 서늘한 가을 소슬바람을 만나고 싶은 바람이 마음에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