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소마’로 전 세계 호러 팬들을 사로잡은 할리우드 감독 아리 에스터가 29일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문을 연다. 2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는 BIFAN은 아시아 최대의 장르 영화제로 공포·스릴러·SF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인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 ‘보이즈 어프레이드’가 상영되는 개막식은 온라인 예매 첫날 12초 만에 매진되며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증명했다. 올해는 총 51국 262편의 장·단편을 부천시청·한국만화박물관·CGV소풍·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 등에서 상영한다.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도 일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BIFAN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괴담을 발굴·수집하고 이를 모티브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괴담 캠퍼스’와 할리우드 베테랑 영화인들이 강의하는 ‘환상영화학교’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올해엔 대만과 인도네시아 감독들도 한국 장르 영화의 비결을 배우기 위해 부천으로 유학 온다. 이들은 한 달 동안 부천에 머물며 한국 영화 프로듀서·감독에게 1대1 멘토링을 받는다. BIFAN은 대만콘텐츠진흥원·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필름위크와 업무 협약을 맺고, 괴담 캠퍼스에 최초로 해외 창작자를 초청했다. 김영덕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선 한국처럼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다”면서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선 자비를 들여서라도 영화제에 참석하고 싶다는 감독·배우들의 요청이 쇄도했다”고 했다.
BIFAN은 2008년 아시아 최초의 장르 영화 프로젝트 마켓(NAFF)을 출범했다. 수년간 인재 발굴에 공을 들이면서 성과도 나기 시작했다. 2019년 NAFF에서 지원작으로 선정된 말레이시아 영화 ‘호랑이 소녀’는 올해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서 대상을 받았다. 아만다 넬 유 감독은 장편 경쟁작으로 ‘호랑이 소녀’를 들고 올해 다시 부천을 찾는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기획 개발 단계에서 BIFAN의 지원을 받은 작품이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부천으로 금의환향한 셈”이라면서 “기획 개발과 제작, 배급이 선순환 구조를 이뤄가는 장르 영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올해 부천의 국제 경쟁 섹션엔 ‘호랑이 소녀’를 비롯해 대만 배우 가진동의 감독 데뷔작 ‘흑교육’ 등 10편이 올랐다. ‘매드 맥스’ 섹션에선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미드나잇 스완’을 연출한 우치다 에이지 감독의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 등 장르 영화 거장들의 신작 6편을 소개한다. 올해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으로는 최민식이 선정됐다. 타이틀은 ‘최민식을 보았다’. 김 선생 역을 맡았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부터 ‘쉬리’ ’해피엔드’ ‘파이란’ ’올드보이’ 등 최민식이 직접 뽑은 대표작 12편을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