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저귀를 갈 때 다리가 잘 벌려지지 않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異形成症)을 의심해봐야 한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태아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이 불안정하게 형성되거나 탈구(脫臼·관절을 구성하는 뼈, 연골, 인대 등이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되는 등 정상과 다르게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생소한 병 같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이 1000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우리 아이는 상관없겠지’ 할 일은 아니다.

◇양 다리 길이 다르면 의심해야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연령에 따라 그 증상이 다양하다. 보행기를 타기 이전인 신생아의 경우 기저귀를 갈 때 다리가 잘 벌려지지 않거나, 한쪽 허벅지에 있는 주름이 다른 쪽 허벅지에는 없는 증상을 보인다. 보행기를 탈 때부터는 다리를 절거나 오리처럼 뒤뚱뒤뚱 걷는다면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을 의심할 수 있다. 양쪽의 무릎 높이나 양 다리 길이가 다른 경우, 생후 18개월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왼쪽부터 수술 치료 전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환자 엑스레이 사진, 수술 후 사진, 교정 장치까지 뺀 완치자 사진. /세브란스병원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의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적, 인종적, 물리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는 게 그간 연구 결과다. 가족력 등 유전적 요인, 양수 감소증, 둔위 출산(아이가 머리가 아닌 발이나, 엉덩이부터 나오는 것), 자궁 내 압박 등이 요인이 돼 발생할 수 있다. 남자 아이보다는 여자 아이에게 발생률이 높다. 첫째 아이에게서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지역, 인종에 따라 다르고 아시아인에게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를 업어 키우는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고관절이 구부러지고 벌어진 자세가 돼 고관절이 안정적으로 발달하는 편이다.

◇돌 이전엔 보조기 치료 가능

발견된 시기에 따라 치료 방법과 예후가 달라진다. 생후 6개월 이전 영아의 경우 이중·삼중 기저귀로 다리의 위치를 벌려서 유지해 주는 ‘파블릭(Pavlik) 보장구 착용 치료’를 한다. 보행기를 타는 6개월 이후 돌 이전에 진단된 경우는 탈구된 고관절을 손으로 정상화시키는 도수정복(徒手整復)을 실시한 후 석고로 고정시킨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절개술을 하게 된다. 돌 이후에 발견된 경우, 또는 이미 한 차례 치료를 마쳤지만 다시 고관절이 탈구된 경우는 고관절과 붙어 있는 대퇴골이나 골반까지 아우르는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의심증상 체크리스트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면 대퇴골이나 골반에 변형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다. 성인이 된 이후 남들보다 퇴행성 관절염이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가 간단하고 완치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관심과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보조기 착용이 쉬운 치료라 생각할 수 있으나, 보조기 착용이 잘못되면 다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심 증상엔 전문의 진단 필수

주름이 다르거나, 다리가 안 벌어지고, 보행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인 것은 아니다. 정상 관절에서 주름만 다른 경우가 있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고는 정상으로 판정되는 경우도 많다. 신생아는 관절의 미성숙이나 유연성 문제 때문에 고관절이 불안정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와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구분돼야 한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의심되는 경우 전문의의 진단하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또한 고열이 있거나 다리를 움직이려 할 때 통증이 있다면 감염과 같은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말고도 대퇴골이나 다른 관절의 이상으로 보행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어 소아에서 보행 장애가 지속될 때에는 전신 검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