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가장 편한 벗은 '영화'가 아닐까.

저자 역시 그런 평범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직업이 영화기자이다 보니, 누구보다 많은 영화와 영화계 사람들을 접해 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영화를 안팎으로 살피면서 영화를 사람과 세상에 중첩하여 읽는 일에 제법 능숙해졌고,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 칼럼을 연재했다. 그 칼럼을 모으고, 다시 구성하고, 고쳐 써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영화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때로는 사람들이 영화로 서로를 잇는다. 그렇게, 보는 이에게 영화는 자신의 세상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온기로 다가온다. '기생충', '리틀 포레스트', '밀양', '화양연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등 이 책에서 소개하는 36편도 힘겨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과 꿈과 미래를 향해가자고 말한 영화들이다.

어떤 것은 보는 이에게 '더 치열하게 살라'고 마음의 짐을 한 겹 더 얹기도 하고, 어떤 것은 '당신만 그런 것 아니니 너무 힘들어 말라'고 살갑지는 않아도 적절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우리의 가장 아픈 기억을 건드리기도 하고, 삶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36편의 영화 모두 보는 이에게, 읽는 이에게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나'만이 아닌 '우리'가 모두 함께 지켜야 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영화를 돋보기 삼아 삶을 들여다본 저자의 여정에 동참하며, 함께 생각을 이어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롭고 파격적인 수사로 영화를 설명하는 눈에 띄는 많은 '해설가'를 뒤로 하고 저자는 묵묵히 영화와 사람을, 영화와 세상을 나란히 놓고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진한 여운이 발원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사람, 소비하는 것도 사람이다. 그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어떤 이에게는 다소 무겁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저자의 영화 읽기는, 외려 그렇기에 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삶을, 삶에서 사람을 읽어내는 저자의 시선이 항상 열린 결말, 희망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