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체육관에서 열리는 제5회 마포 M 클래식 축제에서 '메인콘서트-클래식, 희망을 노래하다'에 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2년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살이 쭉 빠져 있었다. “두 달 동안 8kg 뺐다”고 했다. “맘 먹고 뺀 거예요. 밥 대신 양배추 겉절이를 고기랑 먹었죠." 피아니스트 임동혁(36)이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탄수화물 안 먹으니까 성격이 나빠지던데요, 하하!”

오는 16~26일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펼쳐지는 ‘제5회 마포 M 클래식 축제’에 임동혁이 선다.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마포아트센터 체육관에서 열리는 ‘메인콘서트-클래식, 희망을 노래하다’가 그 무대다. 모든 공연은 무관중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소프라노 캐슬린 김, 테너 김현수, 바리톤 김주택,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최영선)가 함께하는 무대에서 압도적 장관은 체육관 벽면에 세로로 설치되는 670인치 초대형 LED 화면이다. 마포구민합창단 M 콰이어가 화상 출연해 코로나로 힘겨워하는 국민을 위해서 ’100인 대합창'을 선보인다. 임동혁은 장기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1~2악장을 연주한다. 네이버TV 공연전시판을 통해 생중계된다.

11월 6일 롯데콘서트홀에선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23번, 30번을 선보이는 리사이틀을 연다. 쇼팽 등 낭만파 작품을 주로 연주해온 그가 “나중에 피똥 쌀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금 그 완벽한 건축물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짠 프로그램"이다.

오랜만의 연주에 들뜰 법도 하건만 그는 풀이 좀 죽어 있었다. “오랫동안 쉬었거든요. 7개월 넘게 무대에 서지 못했죠.”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협연, 별명이 ‘악마의 혓바닥’인 트럼펫 연주자 나카리아코프와의 협연 등 굵직한 연주가 다 취소됐다. “평생 연주를 안 하다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너무 오래 쉬어서 무대에 서기가 겁나죠. 근데 하긴 해야 돼요. 왜냐? 돈이 없으니까. 이젠 진짜 돈이 없으니까.”

엄살 아니냐고 농담처럼 묻자 눈이 동그래졌다. “왜 돈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그동안 얼마를 벌었다고요.” 그는 “서바이벌(생존) 모드로 들어간 지 오래. 작년에 벌어놓은 돈으로 산다”고 했다. “연주를 매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쓰는 비용도 많고. 세금도 많게는 40%까지 내요.” 코로나가 닥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실업자가 된 것”이라고 했다. “저뿐만 아니라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다 하는 말이 돈이 없대요.”

"취미가 뭔지 아직 찾지 못했다"는 임동혁. "(김)선욱이랑 (강)주미랑 팀 짜서 배드민턴 치는 건 좋아해요. 그것도 한번 치고 나면 3일 동안 앓죠. 그만큼 열심히 뛰어요." /김지호 기자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3위·수상 거부)와 2005년 쇼팽 콩쿠르(3위),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1위 없는 공동 4위)를 휩쓸며 클래식 연주자로는 드물게 10대 때부터 뜨거운 팬덤을 누린 임동혁이다. 대기업 모스크바 지사로 발령 난 아버지를 따라 1994년 열 살 때 온 가족이 따라갔고, 모스크바음악원 사상 가장 어린 학생으로 입학해 이듬해 독주회를 열었으니, 연주자로서 쌓은 연륜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후의 임동혁은 연주를 해봐야 알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관객이 없는 데서 연주하는 게 처음이라 무서워요. 아는 형에게 조언을 구하니, 무대에 나가서도 객석을 향해 인사는 하지 말래요. 관객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인사를 해도 아무 소리가 안 난대요. 그 이질감이 어마어마해서 연주를 망치게 된다는 거죠. 끝났을 때 박수도 없을 거고요.”

그는 “처음엔 좀 긴장하더라도 인사를 하고 박수를 받고 피아노 앞에 앉아 손가락을 움직이면 음악에 절로 빠져드는, 무대 위에서만 일어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무관중 공연을 위한 비법은 따로 없다. “무대에 서면 설수록 울렁증은 더 심해지는걸요. 첫 곡 칠 때 가까이서 보면 제 손가락이 파르르 떨릴 거예요.” 잠시 말을 멈춘 그는 “그래서 무서워도 계속 무대에 나가야 한다. 하다 보면 무대를 부리는 능력이 생긴다”고 했다. “몸에 굳은살을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연주만큼 최고의 연습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