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논란이 됐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호칭과 관련된 논술문제를 채점에서 제외하고,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2차 가해 논란 등으로 문제가 된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다.

MBC는 14일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 응시자들께 사과드린다”며 “(문제가 된) 논술 문제를 채점에서 제외하고, 기존 논술시험에 응시한 취재기자 및 영상기자에 한 해, 새로 논술 문제를 출제하여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13일 치러진 MBC 신입 기자 입사시험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를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이라는 논술시험 문제를 출제해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을 받았다.<본지 9월14일자A10면> 직장인 커뮤니티 앱과 언론사 지망생 온라인 카페 등에선 “공채 논제로 2차 가해를 할 수 있는지 황당하다” “사상 검증이다” 등의 반응이 쇄도했다.

MBC는 이날 발표한 ‘논술 시험 출제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논술 문제 출제 취지는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었다”며 “어떤 호칭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평가 사안이 아닐 뿐더러 관심 사안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와 전개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취지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면서 재시험 방침을 밝혔다. MBC는 구체적인 논술 시험 일정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MBC의 기자 대상 입사시험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C는 2018년 3월 치러진 입사 시험에서도 취재·영상·스포츠 기자 분야 논술 문제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 ‘평화’와 ‘공정성’에 관한 본인의 생각이 드러나도록 논술하라는 취지의 문제가 출제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MBC 논술시험의 출도 의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이순임 당시 MBC공정방송노조위원장(현재 퇴직)은 시험감독관으로 들어갔다가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재판까지 회부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지도 않았고, MBC는 재시험을 치르지도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상파 방송사 고위 임원을 지낸 한 방송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에 문제가 됐던 논술 시험 문제는 이념적인 부분이 개입된 반면, 이번 사안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젠더 이슈와 함께 2차 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폭발력이 큰 이슈”라고 말했다. 실제로 MBC의 이날 사과문도 “성인지 감수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MBC 사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