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쪽 눈만 보였지만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예리한 안목(good eye)의 소유자였다. 영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한 인테리어 디자인계의 거장이자 사업가인 테런스 콘란 경(卿·sir Terence Conran)이 12일(현지 시각) 89세의 나이로 영국 버크셔 자택에서 별세했다. BBC는 “콘란 경은 ‘좋은 디자인은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믿음으로 영국 디자인과 문화, 예술의 정수를 전 세계에 알렸다”면서 “럭셔리 디자인의 민주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했다.

1931년 런던 교외에서 태어난 그는 런던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 앤드 크래프츠’에서 섬유 디자인을 배운 뒤 1964년 영국의 유명 홈 가구 전문 브랜드 ‘해비타트(Habitat)’를 창립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뉴욕타임스는 “13살 때 오른쪽 눈을 다쳐 한쪽 시력을 잃었지만 오히려 넓은 창의성을 보였다”면서 “영국 중산층 감성을 혁신하면서 전후(戰後) 피폐했던 영국을 현대 디자인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1974년 런던에 처음으로 문을 연 리빙 편집숍 시초 격인 ‘더 콘란숍’은 지난해 한국에 세계 12번째 매장을 오픈하며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1983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그는 수백억원대 자산을 투입하고 1700만권이 넘는 책을 기증해 1989년 런던 디자인 박물관을 세웠다. 전 세계 50개 넘는 레스토랑을 갖고 있고, 50권 넘는 디자인·음식 관련 베스트셀러를 썼다. 4번 결혼했고, 자녀 역시 유명 디자이너와 레스토랑 사업가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