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당' 임정식 셰프가 최근 서울 신사동에 새로 낸 베트남 음식점 '아이뽀유'의 소꼬리 쌀국수와 해산물 파파야 샐러드.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코코넛 듬뿍 넣은 바삭한 비스킷 위에 파인애플로 상큼한 맛을 더한 무스를 얹었다. 무심히 내려앉은 식용 꽃 팬스타는 화룡점정. “베트남다운 맛을 디저트로 표현하려 했어요. 가장 먼저 떠오른 식재료는 고수. 하지만 향이 워낙 강해 호불호가 갈리니까 진하면서도 불쾌한 고수 냄새를 중화한 케이크 ‘실란트로 엑조틱’을 만들었죠.” 절구에 빻은 고수를 하루 동안 묵혀 놨다가 파인애플과 코코넛 반죽에 으깨 넣었다. 신유지 제빵사가 덧붙였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순간 고수 맛이 은은히 남아서 ‘아, 베트남!’ 할 수 있게요.”

베트남 음식점 '아이뽀유'의 대표 디저트인 '실란트라 엑조틱'. 80%가 고수로 이뤄진 일명 '고수맛 케이크'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미쉐린 별 2개를 받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최근 서울 신사동에 새로 낸 ‘아이뽀유’는 맛도 맛이지만, 시원한 색채와 열대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 하나로 손님들을 줄 세우는 곳이다. 2층으로 뻥 뚫린 천장에 벽면 가득 푸른 잎사귀들을 덮어놔 아담한 규모에도 갑갑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미식가들 몰린 소셜미디어엔 ‘#비행기 못 타는 대신 아이뽀유 가요’ ‘해외여행이 따로 있나 여기가 베트남이지’ 같은 해시태그가 줄줄이 올라온다. 해외에 가면 베트남 쌀국수 포(pho)를 일부러 찾아 먹을 만큼 포 사랑 뜨거운 임 셰프가 맘 먹고 차린 쌀국숫집. ‘셀프 허브바’가 따로 있어 고수, 숙주, 각종 허브를 입맛 따라 집어먹을 수 있다. 베트남의 코코넛커피를 변주한 ‘카페 코코’, 망고를 올린 ‘트로피컬 치즈 타르트’ 등 베트남만의 맛과 향을 입힌 디저트도 베트남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아이뽀유에서 만난 통·번역가 송지원씨는 “하늘길·뱃길 꽉 막힌 요즘 아무리 집밥이 대세라지만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더라”며 “해외여행을 못 가는 시대이니 이렇게라도 이국적 공간에서 먹는 한 끼가 참 기쁘다”고 했다.

서울 한남동 주택가 뒷골목의 ‘일키아쏘’는 벽면이 온통 밝은 노랑이다. 바깥에서 보면 동화 속 과자 집을 지어 놓은 것 같다. 벽돌 계단을 밟고 들어서면 이탈리아 요리사들의 “보나세라(안녕하세요)!” 인사가 날아든다. 홀 중앙에 촛대처럼 걸린 샹들리에부터 나무 테이블과 의자까지 인테리어용품 모두를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본토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테라스 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면 그랜드하얏트 호텔이 우뚝 서 있고, 그 안에서 와인을 홀짝이면 토스카나 부럽지 않다.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가져온 깊고 진한 맛의 파르미자로 레지아노 치즈 위에 밥을 비벼주면 대표 메뉴인 리소토가 걸쭉한 형태로 완성된다.

큼직한 치즈 덩어리 위에서 비벼 만든 '일키아쏘' 리소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프랑스를 맛보고 싶다면 테이블 예닐곱 개가 놓인 삼청동 레스토랑 ‘아따블르’에 간다. 쫀득한 완두 소스 위에 신선한 문어를 쫑쫑 썰어 넣은 아뮤즈 부쉬로 입안을 개운하게 씻으면 흰살 생선과 감자, 양파, 토마토를 넣고 끓인 부야베스가 나오는데, 게와 새우로 맛을 낸 스튜가 우리나라 된장국처럼 시원하게 톡 쏜다.

서울 삼청동 '아따블르'의 메인 메뉴인 부야베스.

프랑스 후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이웃해 있는 스콘집 ‘마칸틴’이다. 프랑스어로 ‘나의 간이식당’이란 뜻. 구멍가게처럼 조그만 내부엔 프랑스산 고품질 엘엔비르 무염 버터에 제주 녹차와 바질, 레몬 등을 넣어 구워 낸 스콘이 가득해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초콜릿처럼 보이는 보르도 카를레는 동(銅)틀에 넣어 구워 낸 보르도 지방 특산품. 겉은 딱딱한데 속은 촉촉하고 달콤하다.

프랑스 현지의 묵직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서울 예술의전당 근처 ‘오프레’가 있다. 초당 옥수수를 곱게 간 소스에 겉만 바삭하게 튀겨 톡 빠트린 덕자(병어의 일종)가 혀 끝에서 부드럽게 뭉그러진다. 태국식 쌀국수 한 끼를 내놓는 신사동 ‘소이연남마오’는 현지에 가야 볼 수 있는 음식까지 다뤄 임정식 셰프가 “갈 때마다 영감을 얻는다"는 곳. 이탈리아 유명 셰프 소르티노의 서울 도산대로 ‘테라 13’은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참 짠맛’을 추구한다. 간이 약한 한국식 파스타에 익숙하다면 각오해야 할 수도. 그러나 어떤 메뉴든 입에 넣는 순간 ‘아, 진짜 이탈리아구나’가 절로 나온다. 넓적한 면 위에 치즈를 적시고 트러플 페스토를 뿌린 파케리는 많은 이의 ‘인생 파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