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 캣츠

이 고양이들은 늙는 법을 모른다. 1981년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뒤 벌써 40년. 이 고양이들은 30여 나라 300여 도시에서 관객 8000만명을 홀렸다. 코로나 사태로 극장이 문을 닫은 요즘, 지난 9일 개막한 뮤지컬 ‘캣츠’ 40주년 기념 내한 공연은 지금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오르는 오리지널 프로덕션이다. 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관객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고양이 축제의 밤, 고양이들은 뒷골목 놀이터에 모여 그들 중 한 마리를 선택해 천국으로 보내 다시 태어나게 해 줄 선지자 고양이를 기다린다. 하루종일 잠만 자다 바퀴벌레를 쫓아다니는 녀석, 황금빛 털을 휘날리며 암고양이들을 유혹하는 바람둥이, 능청스러운 말썽꾼 도둑고양이 커플에다, 마법사 고양이의 서커스 같은 재주넘기까지…. 신비한 고양이들의 춤과 노래에 넋을 빼앗겨 무장해제된 관객의 가슴을 향해, 영광스러운 과거를 추억하는 암고양이 ‘그리자벨라’의 전설적 명곡 ‘메모리’가 보석처럼 반짝이며 날아와 꽂힌다. ‘밤하늘, 달빛을 바라봐요/ 마음을 열어요/ 그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새로운 날 올 거야~’.

전설적 안무가 질리언 린이 빚어낸 안무는 무대 위 고양이 각각에게 존엄함과 개성을 부여하고, 커튼콜이 끝나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노래와 음악이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을 거듭하기 시작한다.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 좌석 띄어앉기에다 고양이들이 객석 주변을 지날 땐 ‘메이크업 마스크’까지 쓰는 초유의 방역 강화조치 속에 개막했다. 11월 8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 극장.

◇클래식 | 디도나토 ‘라이브 인 콘서트’

지난 시즌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헨델의 첫 오페라 걸작 ‘아그리피나’에 네로 황제의 어머니인 주역 아그리피나로 출연한 조이스 디도나토(51)는 ‘메가 디바’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메조소프라노다.

13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각 12일 오후 1시 30분) 메트 홈페이지에서 열리는 디도나토의 ‘라이브 인 콘서트’는 입장료 20달러(약 2만4000원)를 주고서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랜선 독창회’다. 독일 보훔의 야르훈데르트할레에서 캐리앤 매더슨의 피아노와 고음악 악단 ‘일 포모 도로’의 반주에 맞춰 말러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히고’ 등을 부르는 모습을 실시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 이강욱展

고대 인도 우파니샤드 철학은 범아일여(梵我一如), 대우주와 소우주 인간의 본질이 같다고 설파한다. 눈을 감을 때 즉시 캄캄한 우주가 펼쳐지는 것은 그 까닭일 것이다. 서양화가 이강욱(44)씨는 빈 캔버스 위에 원·사각형 등 아주 단순한 기본 도형으로 여러 층위를 만들었다. 그것들은 희미했다가 또렷해지며 각자의 밀도와 질서로 존재하는 우주를 이룩한다.

이씨의 개인전이 서울 라흰갤러리에서 11월 7일까지 열린다. 영국 체류 시절인 2011년부터 4년간 천착한 ‘무제’ 연작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우파니샤드에서 영감을 얻어 실존 대상 너머 형이상학의 세계를 처음 다룬 작품이다. 이후 작가는 자신의 회화적 몸짓을 다루는 ‘Gesture’ 연작으로 나아간다. 무료.

◇영화 | ‘기기괴괴 성형수’

물과 ‘성형수’를 4대 1 비율로 섞는다. 20분간 얼굴을 담근다. 찰흙처럼 말랑해진 얼굴을 칼로 베어내 원하는 대로 조각한다. 뚱뚱한 몸과 못생긴 얼굴로 고통받는 주인공 ‘예지’는 셀프 성형이 가능한 ‘기적의 성형수’를 얻게 된다. 예뻐지면 행복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은 끝이 없고 예지는 계속해서 성형수를 찾는다.

웹툰 ‘기기괴괴’의 에피소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껍데기에 대한 강박이 인간을 파멸로 몰아가는 과정을 극한의 상상력으로 펼쳐냈다. 아름다움을 위해 고기를 썰 듯 살을 베어내는 잔혹한 설정이 긴장감을 높인다.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다. 베네치아 영화제에서도 최초 공개 조건으로 초청했으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이미 공개해버려 불발됐다.

HIGH SCORE Episode 2 of HIGH SCORE. Cr. Netflix © 2020

◇넷플릭스 | 하이 스코어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 맨, 슈퍼마리오, 스트리트 파이터, 테트리스···. 1990년대에 10~20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이 게임 중 하나는 해봤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하이 스코어(high score)’는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등장하기 전, 비디오 게임 시대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아직 실리콘 밸리에 인재보다 자두나무가 더 많던 시절, 미국 아타리가 어떻게 비디오 게임 개발을 시작했는지부터 일본 ‘슈퍼 마리오’와 ‘소닉’의 대결까지 펼쳐진다. 당시 유명 게임 개발자, 디자이너, 음악 감독, 비디오 게임 우승자 등이 들려주는 비화도 흥미롭다. 비디오 게임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다큐멘터리 중간에 나오는 도트 그래픽도 반가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