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넷 부인은 몹시 비참했다. 그녀는 샬럿을 보는 것도 싫었다. 저 애가 이 집의 상속자라니, 하며 질투 어린 증오심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샬럿이 찾아오면 이 집을 차지할 날을 고대하고 있는 거라 단정했다. 콜린스씨에게 속삭이기라도 하면 롱본의 저택과 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베넷씨가 죽으면 자기와 딸들을 집에서 쫓아낼 거라고 믿었다.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중에서
새가 둥지를 짓듯 사람도 집을 갖고 싶어 한다. 안락한 나만의 장소,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가족의 공간을 원한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쾌적하고 더 안전하게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다. 애써 일하고 살뜰히 돈을 모으는 이유, 집을 갖는 것이 생의 목표가 되기도 하는 이유이다.
1813년에 발표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아름답고 당당한 성격의 엘리자베스, 그리고 부와 교양을 갖춘 다시(Darcy)의 사랑 이야기지만 그들의 주변 인물들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콜린스 목사는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자 샬럿과 냉큼 결혼한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받아들인 친구를 엘리자베스는 이해하지 못한다.
예쁘지도 않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는 샬럿에겐 계산이 있었다. 딸은 유산을 상속할 수 없다는 당시 법에 따라 엘리자베스의 아버지가 죽으면 친척인 콜린스가 후계자가 된다. 그와 결혼하면 많든 적든 베넷가의 집과 재산이 그녀 소유가 된다는 의미다. 베넷 부인은 그런 샬럿이 얄밉기만 하다.
샬럿이 속물로 보인다면 그 또한 오만한 편견일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집을 갖기 위해 청춘과 사랑과 인생을 희생한다. 크든 작든, 가격이 얼마든 저마다 능력껏 꿈이 실현되도록 제도적으로 돕는 것이 정상적 국가다.
정부가 곧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단다. 집권 후 정책 스물세 번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젠 집을 사고팔기 어렵다. 전세 찾기도 힘들다. 행복 추구권, 사유 재산권, 거주 이전의 자유가 사라져간다. 날개 돋친 듯 세금만 오른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매번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세금 걷느라 눈이 벌건 정부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