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코도마뱀

나쁜 아이, 루치뇰로

로사리오 에스포지토 라 로싸 지음 | 빈첸조 델 베키오 그림 | 황지영 옮김 | 작은코도마뱀 | 56쪽 | 1만5000원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엔 피노키오를 꾀어 장난감 나라로 데려가는 나쁜 아이가 나온다. 이름은 로메오지만 다들 ‘램프 심지(Lucignolo·루치뇰로)’라고 부른다. 깡마르고 왜소한 체격을 놀리려 붙인 별명이다. 이 책 속 아이도 지안니라는 본명 대신 루치뇰로라고 불린다. 걸핏하면 친구들에게 주먹질을 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말썽꾼. 루치뇰로의 아빠는 형무소에 갇힌 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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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날 때부터 ‘나쁜 아이’도 있는 걸까. 신념과 철학에 따라 생각은 다 다를 것이다. 루치뇰로에겐 위험한 순간마다 나타나 구해주는 제페토 할아버지도, 말하는 귀뚜라미나 파란 머리 요정도 없다. 유일한 친구 ‘말하는 머릿니’가 “왜 친구들을 때리고 거짓말하느냐” 묻자 아이는 답한다. “관심을 받고 싶어서. 안 그러면 난 칠판이나 전등과 다를 바 없으니까. 난 배가 고파 간식을 훔친 거야. 돈이 없어 공책을 훔쳤고. 하지만 아무도 내게 왜냐고 묻지 않아. 안 된다고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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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쫓겨난 뒤, 루치뇰로의 피노키오를 빼닮은 모험이 시작된다. 고양이와 여우는 금화가 잔뜩 열리는 나무를 주겠다며 아이를 꾀어 싸움꾼을 만들고, 양심의 소리인 머릿니를 밟아 짓이겨 버리라고 말한다. 가진 건 당나귀가 된 아빠가 준 부러진 몽당연필 한 자루뿐. 루치뇰로는 자신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나쁜 세상의 끈을 끊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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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범죄조직 총격 사건으로 사촌이 죽은 뒤 유럽의 악명 높은 마약 거래 지역인 이탈리아 스캄피아에 책방을 열고 지역 청소년들을 돌본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구원이 아니라 기회”라고 말한다. 강렬한 그림과 이야기가 오래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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