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DSR 규제 강화 시점을 앞당기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26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홍보 현수막.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대책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갚을 수 있는 능력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수치를 제시했다.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을 넘으면 버겁고 무리한 대출로 본다는 뜻이다.

이자만 내다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을 줄이고 대출 시점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는 분할 상환 비중을 높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처음부터 원금 상환 부담을 지워서 대출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경우 개인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분할 상환의 비중이 올해의 경우 74% 수준인데 내년에는 80%까지 높이도록 했다.

◇DSR 규제 일정 앞당겨 조기 시행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 40% 이내여야 한다는 규제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라고 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로 보면, 현행은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대출금의 12% 정도만 해당되는 규제다. 그런데 내년부터 2억원 초과 대출로 확대되면 대출금의 52% 정도가 해당된다.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2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을 경우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대출받는 사람 연간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된다. /연합뉴스
내년 대출 가능액 어떻게 바뀌나

보험사,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경우는 현행 DSR 한도가 60~70%라 은행보다 넉넉한데 내년부터는 50% 이내(보험·카드사 대출 기준)로 강화된다. 카드론의 경우 지금은 DSR 산정에 반드시 포함할 필요는 없지만, 내년부터는 DSR 적용 대상이 된다.

DSR 규제가 강화하면 대출 한도가 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대출 한도를 정할 때 다른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까지 다 합쳐 갚을 능력을 따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6000만원인 사람이 신용대출을 5000만원 받고 있고 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짜리 주택을 사려고 한다면 지금은 3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DSR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LTV(주택담보비율) 50%’ 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각종 대출을 합쳐서 연 상환액이 2400만원(소득의 40%) 이내여야 하기 때문에 기준을 맞추려면<표 참조> 대출 가능액이 9000만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억6000만원으로 줄게 돼 올해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2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전체 대출자의 약 13%, 1억원 초과 대출은 약 3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기존 대출 만기 연장 등은 제외

금융위는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강화되는 DSR 규제는 신규 대출에만 적용한다고 했다.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이나 다른 대출로 갈아타기(대환 대출)의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금액을 늘려서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 등은 강화된 DSR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대표적인 실수요자 대출로 꼽히는 전세 대출은 이미 발표한 대로 DSR 규제 대상에서 일단 빠졌다. 다만, 올해 말까지는 은행 등의 대출 총액 증가 한도 계산에서 제외해주지만, 내년부터는 총액 한도에는 포함해 증가세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내년엔 전세 대출을 포함해 가계 부채 증가율을 4~5%대 선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증가율은 약 7.5%에 달할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는 내년에도 가계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플랜B(예비 계획)’를 가동해 전세 대출도 DSR 40% 산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 대출자 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방안에 담겼다. /사진공동취재단

◇키워드/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연소득 대비 연간 대출 원리금의 비율.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는 LTV(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 비율)와 달리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합쳐 원리금 부담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