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 텍사스 테일러에 짓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비가 당초 계획보다 80억달러(10조5500억원) 늘어난 250억달러(3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로이터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한 공사비는 170억달러(22조3100억원)지만, 인플레이션 때문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미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최대 25억5000만달러(3조3600억원)로 늘어난 공사비보다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 테일러 공장은 올해 말 완공이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43% 정도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이 공장에서 3·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의 당초 공사비 중 현재 절반가량을 지출했는데 현지 인건비와 철강재를 포함한 건축 자재 가격이 갈수록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이라며 공사비 초과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특히 늘어난 공사비 중 건축 원자재 비용 상승분이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어나는 공사비로 골머리를 앓는 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미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도 건설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현재 부지 조성과 장비 도입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TSMC 공장 가동 시기가 당초 목표한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이 예상보다 실익이 적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정부가 여러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반도체 업체들을 유치했지만, 인플레 효과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데다 보조금 지급 기준에 업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독소 조항이 많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 이익 공유,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를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