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포츠 도박 시장이 2018년 합법화된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게이밍협회(AGA)에 따르면, 지난해 스포츠 도박에 베팅한 액수는 577억달러(약 76조원)로 전년 대비 165% 늘었다. 베팅업체 매출도 전년 대비 177% 증가한 42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베팅업체들은 30억달러 넘는 매출을 올렸다. 특히 하반기에 프로풋볼리그(NFL)와 월드컵까지 몰려 있어 지난해 못지않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AGA는 이번 월드컵에 미국 성인 2050만명이 총 18억달러를 베팅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올해 NFL 경기에 돈을 거는 사람은 2년 전보다 40% 증가한 4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21세 이상 성인 중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거는 사람은 2021년 초 10%에서 2021년 말 1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원래 미국은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 등 몇 개 주를 제외하고는 스포츠 베팅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8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스포츠 도박을 사실상 허용하는 판결이 나온 이후 각 주가 세수 확보 등을 위해 잇따라 합법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31개 주와 워싱턴 DC가 스포츠 베팅을 허용하고 있고, 5개 주는 향후 베팅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도박 산업 컨설턴트인 앨런 보우던은 “스포츠 도박 시장은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주류 문화로 편입되고 있다”며 “이미 미국 인구의 절반가량이 합법적으로 스포츠 도박을 접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NFL이 스포츠 도박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NFL은 지난해 스포츠 베팅업체인 드래프트킹스, 팬듀얼,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와 5년간 10억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맞춰 베팅업체들은 2021년 시즌에만 1억2900만달러를 광고비로 쏟아부었다.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올해 NFL 팬 3명 중 1명 이상이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걸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은 “스포츠 도박에 대한 인식이 불과 몇 년 만에 ‘금기’에서 ‘중요한 사업 기회’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베팅업체가 대학 내에까지 온라인 도박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도박 중독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스포츠 베팅이 합법화된 이후 현재까지 최소 8개 대학이 베팅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20년 베팅업체 ‘시저스스포츠북’은 콜로라도주에 있는 한 대학과 160만달러(약 20억8800만원)에 계약을 맺고 학교 내에 스포츠 베팅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연구원, 교수들도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등 대박을 터트리자 미국 내 다른 스포츠 명문 대학에 같은 제안을 했다. NYT는 “도박에 취약한 연령대에 있는 학생들에게 캠퍼스에서 도박을 조장하는 것이 고등 교육의 사명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