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인터넷 매체에 대해 경찰이 16일 수사에 착수했다. 이 문제는 언론 자유와 관련이 없다. 희생자 명단은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략적 이익과 관계가 있을 뿐이다. 희생자 명단은 사고를 수습한 정부·의료기관 등만 갖고 있어야 할 공적 자료다. 누군가 훔친 게 아니라면 내부인이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나 행정안전부 등 행정기관일 경우 명단을 유출한 사람은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있다. 희생자를 수습한 병원에서 새나갔다면 의료법 위반이다.
인터넷 매체는 유족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했다고 인정했다. 희생자 신상은 개인 정보다. 동의 없이 공개하면 불법이다. 독일은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영상을 찍어 퍼뜨릴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돼있다. 숨진 희생자들 개인 정보를 제3자가 마음대로 공개하는 것은 폭력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 음란물 유포 같은 2차 가해 범죄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원치 않는 유족이 연락하면 이름을 지워주겠다고 했다는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 인터넷 매체는 희생자 명단 공개 장면을 배경으로 갑자기 “광고”라면서 ‘떡볶이 먹방’을 했다.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다.
정치권에서 희생자 공개를 주장한 것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무슨 추모를 하느냐’고 했고,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무슨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명단을 확보해 공개하자’고 했다. 그리고 유시민 등 민주당과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인터넷 매체와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가 함께 명단을 공개했다.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는 “앞으로도 백번이고 천번이고 할 것”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누가 우리 애 이름 불러달라고 했나” “입이 안 떨어져 아직 주위에 알리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맘대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일부 주한 외국 대사관은 외교부에 항의했다. 외국인 사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유가족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한다. 친야 성향 민변, 언론노조도 부적절하다고 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까지 명단 게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 대표도 아무 말이 없다. 희생자 명단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뜻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명단을 내리라고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