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도된 한국노총 간부들끼리의 대화 녹취록을 읽어보면 노조들이 이렇게 썩은 냄새가 진동할 만큼 부패해버렸느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한노총 수석부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비리로 제명된 건설노조의 한노총 복귀에 협조할 것을 한노총 간부에게 청탁하며 “건설노조에서 3억 준다는데 너 1억, 나 1억 갖고 나머지는 총연맹 위원장 선거에 쓰자”고 설득하는 장면이다. 이 대화가 오간 것은 평일 인천의 골프장에서였다. 건설노조가 한노총에서 제명된 뒤 건설 현장에서 민주노총 측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건설노조의 한노총 제명 경위부터 기가 막힌다. 건설노조 위원장 진모씨는 조합비 등 7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서 4년형을 선고받았다. 노조 집행부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준 후 가족 계좌로 그 돈을 돌려받는가 하면 노조비에서 하루 수백만원씩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 용도로 썼다. 진씨는 15년 넘게 건설노조 위원장을 했다. 조합원이 8만명이고 매달 조합비만 수억원에 달했다는 그 노조는 그의 사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노총이건 민주노총이건 산하 건설노조들에서 비리, 불법 사실이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건설 현장에 찾아가 자기네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월례비·전임비를 갈취해왔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잡겠다며 현장 출입자들 신분증을 검사하고, 동전 떨어뜨려 놓고 줍는 척을 반복하면서 트럭 진입을 방해하고, 확성기로 고막이 아프도록 떠들어 망신을 주었다. 두 노총 소속 노조 사이엔 노른자위 타워크레인 일자리를 확보하려는 깡패식 싸움이 되풀이돼왔다. 거의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공기가 늦어지면 더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에 돈을 상납했고, 노조 지도부들은 그런 상납금에 조합원 조합비까지 제 돈처럼 쓰며 호의호식해왔다. ‘노동자 권익’ 운운은 이런 부패를 숨기기 위한 속임수였을 뿐이다.
정부가 노조 회계 장부 표지 1장과 속지 1장을 사진 찍어 제출하라고 한 것은 회계 장부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상인 327개 대형 노조 가운데 200곳 이상이 자료를 내지 않거나 부실 제출했다.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가 돼버린 조폭 노조들의 비리와 노조 귀족들의 횡포를 끝내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도 사회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노조들이 정부·광역지자체로부터 최근 5년간 받아간 보조금만 1500억원이 넘는다. 공공 보조금도 엄격한 심사로 꼭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를 빼고는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