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빌딩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전경. 고금리 여파로 빌딩 시장이 위축되면서 강남권에서도 시세보다 가격을 10~20%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조선DB

“요즘엔 서울 강남에서도 빌딩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죠.”(정을용 BTG컨설팅 대표)

부동산 플랫폼 ‘땅집고옥션’을 운영하는 정 대표는 “고금리에 따른 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하거나, 세금 부담이 너무 커 이 참에 자산을 정리하려는 강남 건물주들이 매매가를 시세보다 10~20% 정도 낮춰 내놓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콧대 높던 서울 강남권 건물주 중 일부가 가격을 내린 매물을 내놓으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빌딩 시장이 조금씩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에서는 작년만해도 이면도로 빌딩 매매가격이 대지기준 3.3㎡(1평)당 2억 안팎까지 치솟았다. 대지 50~70평 꼬마빌딩도 100억원 이하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금리가 오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강남권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작년 같은 달 대비 88% 줄었다. 주목할 점은 아예 끊어졌던 실거래 사례가 한 두건씩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빌딩전문 부동산중개회사인 ‘알파카’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선 110억원에 매물로 나왔던 건물이 90억원으로 낮춰서 매매계약이 이뤄졌다. 인근 빌딩 역시 호가가 당초 400억원이었지만, 매수자와 매도자가 협의해 당초 호가보다 17% 정도 낮춘 330억원에 거래했다. 건물을 보유하던 회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자산 정리가 필요해 급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까지 강남에선 가격을 낮춰 내놓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임대료는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 올 들어 강남권 이면 도로 건물 임대료 시세는 평당 20만~25만원 정도로 지난해 대비 10% 정도 올랐다.

다만 중개업계에서는 최근 일부 건물은 매도 호가가 낮아졌고 가격 협상 폭도 커졌다고 본다. 알파카 관계자는 “국내 금리 인상 랠리는 마무리 국면이고 건물 가격도 조정되고 있다”면서 “강남 빌딩 시장 진입을 저울질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