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박병호

‘호호 브러더스’가 함께 웃었다. KT의 간판 타자 박병호(36)와 강백호(23)는 20일 키움과 벌인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수원 홈 4차전에서 홈런 1개와 2루타 1개 등 안타 7개와 득점 3개, 타점 2개를 합작하며 9대6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5전3선승제 시리즈를 2승2패로 만들었다. 두 팀은 22일 키움의 홈 고척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최종 5차전을 벌인다. 키움은 안우진, KT는 웨스 벤자민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1승2패로 벼랑에 몰렸던 KT는 에이스 소형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3회초까지는 0-2로 끌려갔다. 반격의 물꼬는 강백호가 텄다. 3회 말 1사 후 키움의 두 번째 투수 한현희를 공략,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 130m. 프로 5년 차인 그의 첫 포스트 시즌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2-2로 맞선 5회말 2사 1·2루에서 좌전 안타를 쳐 2루 주자 강백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 결승 적시타로 타점 1개를 추가한 박병호는 준플레이오프 역대 통산 최다 타점 기록(19점)을 세웠다.

몸을 아끼지 않는 주루 플레이도 돋보였다. 박병호는 5-4로 쫓기던 7회엔 선두 타자로 나서 2루타를 때린 뒤 후속 황재균의 2루타 때 홈까지 내달렸다. 지난달 키움전에서 다친 오른 발목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지만 전력 질주했다.

세이프 맞죠? - KT 황재균(오른쪽)이 20일 수원에서 열린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회말 송민섭의 적시타 때 홈으로 파고든 뒤 세이프라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심판이 세이프 판정을 내리자, 키움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KT는 5-4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7회말 3점을 보태며 승기를 잡아 결국 9대6으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된 두 팀은 22일 서울 고척돔에서 최종 5차전을 벌인다. /연합뉴스

이날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한 박병호는 경기 MVP(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올해 통산 여섯 번째 홈런왕(35개)을 차지한 박병호는 이번 시리즈 들어 친정팀 키움을 상대로 15타수 8안타(타율 0.533)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박병호는 “내 다리 때문에 열심히 뛰지 않으면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올해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다들 조금씩 더 힘을 냈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2022년 개막 직전 부상을 당해 두 달 동안 결장했다. 복귀 후에도 성적이 들쭉날쭉했다. 62경기 출전에 타율 0.245라는 성적으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KIA와 벌인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준플레이오프 들어 15타수 6안타(타율 0.400), 4타점 3득점으로 자존심을 찾고 있다. 이날은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KT 선발 소형준은 6이닝 동안 공 80개를 던져 삼진 5개를 잡고 2실점해 승리 투수가 됐다. 1회 키움 이정후에게 적시타를 맞고 3회 실책으로 한 점을 더 내줬지만, 더 흔들리지 않고 4회 1사 1·2루에 병살을 유도한 뒤 5·6회를 안타 없이 넘기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0-2로 뒤지던 3회 초 수비가 승부처였다. 1사 2,3루 위기에서 소형준이 키움의 야시엘 푸이그를 (삼진으로) 막아 분위기를 가져왔다. 더 점수를 내줬다면 따라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까지 불펜 대기시키는 강수를 뒀으나 정작 다른 구원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져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놓쳤다. 이정후는 4타수 2안타로 2타점을 올렸고, 포스트시즌 연속 안타 기록을 17경기로 늘렸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키움 이용규는 3회 무사 1루에서 희생 번트에 성공해 단일 시즌 준플레이오프 최다 희생타 타이(4개)라는 진기록을 썼다.

/수원=김상윤·김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