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26년 차로 은퇴를 앞둔 서모(56)씨는 요즘 불안하다. 서울 부도심에 아파트를 갖고 있고 목돈도 2억원 정도 모았지만, 은퇴 이후 월급이 끊길 상황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계산해 보니 은퇴 후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에서 월 80만원 정도가 나오고, 국민연금은 65세가 돼야 월 13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목돈에서 생활비를 빼서 쓰다간 언젠가 바닥이 날 것이다.
국민연금의 2021년 국민 노후 보장 패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최소 노후 생활비는 가구당 월평균 232만원이고 적정 노후 생활비는 330만원이다. 그리고 전국 평균 최소 노후 생활비는 199만원, 적정 노후 생활비는 277만원이다. 반면 지난 5월 기준 국민연금 금액별 급여 수급자는 40만원 미만이 54%로 과반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은퇴 이후 현금 흐름을 보완해야 하는데 준비가 불충분한 게 현실이다.
물가가 크게 오르거나 갑작스러운 질병과 입원 등 예기치 못하게 목돈이 들어갈 상황이 벌어지면 노후 자금이 증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꾸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금이지만, 준비한 연금이 부족하다면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준비한 연금이 부족하다면, 즉시연금
은퇴를 앞둔 시점에 노후 자산 수명을 자신의 수명과 맞추기 위해선 우선 ‘즉시연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금보험은 계약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정해진 날부터 약정한 시기까지 연금을 지급받는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 납부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수십 년을 기다린 후 연금을 지급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즉시연금은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하고 다음 달부터 곧바로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위의 사례에서 서씨가 1억원을 즉시연금 ‘종신형’에 가입한다면, 공시 이율 3% 가정 시 매월 36만원 정도를 받는다. 지급 시작 후 최소 20년을 보장받는 조건이다. 한편 20년 이내 사망 시 자녀에게 상속된다. 종신형이 아니라 향후 20년 동안만 받는 ‘확정 기간 연금형’을 선택한다면, 월 지급 연금은 53만원 정도로 늘어나지만 20년 이후에는 즉시연금이라는 소득원이 끊긴다.
◇채권 투자로 이자 소득 확보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에 투자해도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5%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이고,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서 고금리 채권도 많이 나오고 있다. 채권은 발행 시점에 만기, 표면 이자율, 이자 지급 주기 등 투자 조건이 확정된다. 액면가는 1만원이고, 매수 단가와 상관없이 만기에 액면가를 돌려받는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파산하지만 않으면, 채권 보유 기간 동안 이자를 지급받고 만기에는 액면가를 받게 된다.
만약 지금 서씨가 1억원으로 지난 8월 발행한 10년 만기 한화생명보험 후순위채(액면가 1만원)를 1만장 산다면, 표면 금리가 6%이므로 1년에 이자로 세전 600만원이 나온다. 월 50만원꼴인데, 이자 지급 주기인 3개월마다 150만원을 받게 된다. 물론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 소득은 세율 15.4%로 원천 징수되고, 연간 2000만원이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다만 액면가는 1만원이지만,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1만원 안팎으로 오르내린다. 예를 들어 23일 기준 매수 단가가 장당 1만270원이었는데, 이 경우 만기에 1만원을 상환받으므로 270원의 시세 차손이 발생한다. 이를 반영한 최종 수익률은 연 5.8%정도다.
◇배당주·월배당형 ETF도 대안
장기적으로 꾸준히 배당을 지급하는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도 현금 흐름 확보 전략이다. 일부 종목은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도 한다. 메리츠 리서치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주식 930여 종목 가운데 배당하는 종목은 65% 정도이고, 이 중 60% 이상은 배당 수익률 4% 미만이다. 그러나 개별 종목에 따라서는 배당 수익률이 10% 안팎에 이르는 기업도 있다.
월 배당형 ETF(상장지수펀드)는 자산을 운용하면서 투자자에게 매달 월급처럼 현금을 지급한다. 고배당주 ETF는 기업의 배당금을 현금 지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성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낮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고배당주 등에 투자하는 ‘JP모건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는 연 10%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합리적 의사 결정을 위해선 각 방안의 단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시연금 지급액은 공시 이율에 따라 매월 결정되므로, 향후 시중 금리가 하락하면 연금이 감소할 수 있다. 채권은 발행한 기업의 재무 구조가 악화되면 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배당주나 배당 펀드는 정기적으로 배당금은 지급받겠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금을 상회하는 시세 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은퇴 이후 받게 되는 연금 규모를 파악하고 부족한 금액을 보완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내 연금 알아보기’에 접속해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가입 중인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한 곳에서 확인하고, 예상 연금을 조회할 수 있다. 신청 이후 확인까지는 3영업일 정도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