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지음 |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432쪽 | 2만2000원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미술을 감상할까. 일본의 논픽션 작가가 선천적 전맹(全盲)인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2년 넘게 미술 전시를 다닌 경험을 기록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전제로 돌아가는 사회에 순응하기 싫었던 시라토리는 20년 넘게 미술관을 다녔다. 그가 작품을 ‘보는’ 방법은 동행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다. 눈앞에 걸린 그림을 시라토리에게 설명하다 보면, 같은 작품도 각자의 삶과 경험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꿈이나 기억, 예술, 역사,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화제가 오른다. 상식과 통념이 뒤집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예술에 대한 책 같지만 우리가 장애인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반전은 뒤에 있다. 시라토리가 미술관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거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대를 쓰고 시각 장애인 체험을 하며 ‘장애인의 마음이 되어 보자’는 캠페인은 ‘얄팍한 폼’을 잡는 것일 뿐이라고 책은 말한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다른 사람의 마음도 될 수 없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가까이 다가가 함께 웃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