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을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낙선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연합뉴스·뉴스1

윤건영(서울 구로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예상치 못한 손님’의 방문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 그와 맞붙었다가 낙선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었다. 태 의원 손엔 장미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선거 기간 구로을은 운동권 출신 윤 의원과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북한에 유화적 입장을 가진 반면, 태 의원은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 태 의원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에 끌려 다녔던 친북 종북 정책이라는 데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공격했다. 윤 의원은 태 의원에 대해 “올해 구로구 예산도 모른다”고 몰아붙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두 사람은 21대 국회에서도 자주 충돌했다. 2020년 7월 당시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때 태 의원이 “주체사상을 신봉하는가”라고 묻자 윤 의원은 ‘색깔론’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이 태 의원을 ‘쓰레기’라고 한 일도 있었다. 쓰레기는 북한 당국과 선전 매체가 탈북자들을 비난할 때 주로 쓰는 비하적인 표현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력으로 보나 북한에 대한 생각으로 보나 두 사람이 대척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총선까지 맞붙었으니 상대에 대한 감정이 편하지 않은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정치권의 예상과 달랐다. 윤 의원은 총선 바로 다음 날인 11일 태 의원에게 위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태 의원은 윤 의원의 사무실로 가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제가 먼저 가겠다 했지만, 한사코 태 후보님이 ‘지금 가겠다’면서 찾아오셨다”고 했다.

22대 총선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태영호 국민의힘 후보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전달한 꽃다발./윤건영 페이스북

태 의원이 들고 온 꽃다발을 받고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썼다.<사진> “여야가 싸우고 충돌하더라도, 지역 현안은 힘을 합치는 게 맞다. 그런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윤 의원은 작은 선물을 들고 태 의원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저주가 일상화한 한국 정치판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예상치 못한 손님들’을 앞으로 계속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