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 경전철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내부의 모습.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 김포 시민들이 환승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김포·인천 지역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 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철 5호선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선을 두고 김포·인천이 대립하면서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 김포시와 인천시가 서로 다른 노선도를 내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중재안을 만들고 있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거듭 발표 일정을 연기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국토부가) 선거를 의식해 양쪽 눈치를 보느라 자꾸 미루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 사업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이 종점인 지하철 5호선을 인천 검단신도시와 김포 한강신도시까지 연장하는 사업이다. 신도시 주민들의 서울 출퇴근난을 해소하고자 2017년 논의를 시작했다. 2021년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도 반영됐으나 김포시와 인천시가 정차역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또 강서구에 있는 차량 기지와 건설 폐기물 처리장(건폐장) 이전 등의 문제까지 겹쳐 사업은 계속 미뤄졌다.

2022년 11월 서울시와 김포시, 강서구가 차량 기지와 건폐장을 김포로 이전하기로 합의하면서 사업에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노선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

5호선 연장처럼 여러 지자체를 통과하는 광역 교통망 사업을 추진하는 대광위는 지난해 8월 김포·인천 양측의 희망 노선안을 받아 검토에 들어갔지만 최근까지 결론을 못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양진경

18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김포시 안은 김포 남쪽에 있는 검단신도시를 최대한 짧게 통과해 바로 한강신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을 담았다. 검단신도시에는 역 1개를 짓는 계획이다.

반면 인천시는 검단신도시에 역 3개를 짓는 안을 내놨다. 검단신도시 내부 곳곳을 통과하는 노선을 그린 것이다. 김포시 안(23.9㎞)보다 노선이 2㎞ 정도 길어지고 한강신도시에서 서울까지 소요 시간이 약 5분 더 걸린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대광위가 인천시 안에 가까운 중재안을 검토했으나 김포시가 적극 반발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광위는 인천시 요구대로 검단신도시에 역 3개를 지으면서 김포시에 ‘감정역’을 짓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김포·인천은 도시 경계 지역에는 둘 다 ‘불로역’ 신설을 제안했는데 이를 아예 김포 쪽으로 옮겨 ‘감정역’을 짓는다는 것이다. 두 역은 약 600m 거리다.

이런 중재안 내용이 일부 알려지자 김병수 김포시장은 “중재안은 사실상 인천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김포시 안대로 안 되면 건폐장과 차량 기지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불로역 인근 주민들도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포·인천 모두 희망하는 불로역을 정부가 갑자기 옮기려고 한다”며 반발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2022년 11월 애써 끌어낸 건폐장·차량 기지 이전 합의가 깨지면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대광위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포와 인천의 입장 차는 분명하다. 김포시 관계자는 “김포는 시민들의 출퇴근 불편을 해소하려고 기피 시설인 건폐장과 차량 기지까지 떠안았는데 인천은 아무 부담도 지지 않고 과욕을 부리고 있다”며 “검단신도시의 경우 인천 1·2호선이 공사 중이고 2027년부터 근처 공항철도와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바로 연결돼 5호선이 사실상 필요 없다”고 했다.

인천시는 인천 안이 5호선 연장의 경제적 효과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하철역 2개 더 만든다고 소요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반면, 20만 검단신도시 주민까지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한 관계자는 “서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니 사업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고 했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출퇴근 혼잡 문제를 해결하려면 5호선 연장이 필요한데 지역 이기주의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직권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하철 5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는 건폐장과 차량 기지를 서울 밖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5호선 연장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