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기술 국제협력 입법제안 세미나에서 한무경(앞줄 왼쪽 네번째) 국민의힘 의원, 민병주(앞줄 왼쪽 다섯번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을 비롯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첨단산업 육성과 초격차 기술 선점을 위한 방안으로 전략적인 국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기술 국제협력 입법제안’ 세미나에서는 산업기술 국제협력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맡아 수행할 종합지원 창구를 개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선 여러 전문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여 국제 기술협력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협력 R&D 부문 발제를 맡은 오동훈 R&D 전략기획단 MD는 국제기술협력이 필요한 근거로 ▲경제안보와 기술패권 시대 우방국 중심의 첨단기술협력 강화 ▲탄소중립·기후변화 등 인류적 난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 마련 ▲글로벌 연구그룹과의 협력을 통한 연구생산성 제고 등을 꼽았다. 오 MD는 “법 정비를 통해 R&D 행정 간소화, 해외 연구 주체에 참여 권한 부여 등 그간 지적된 여러 한계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문수 단국대 교수는 연구 주체를 확장시키는 데 있어서 관계 부처 간 연계협력을 주문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 연구주체들을 국내 R&D 제도에 잘 편입시키기 위해 과제 펀딩, 연구 수행, 성과 관리, 보안 규정 보완 등에 있어서 면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임소영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에너지 ODA(공적개발원조)에 대해, 인도적 차원을 넘어 우리 산업계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형 ODA라는 점에서 비교우위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임 위원은 “산업에너지 ODA가 보조금법으로 수행되고 있어 예산 집행이 대단히 경직적”이라며 “ODA는 상대국의 현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보조금으로 인한 사업비 집행 절차를 거치면서 비효율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성규 고려대 교수는 “우리 국격에 비해 전체 ODA 중 산업에너지 분야 비중이 너무 낮은 상황”이라며 “산업기술의 전략적 중요성, 신흥시장 잠재력 등을 고려할 때 법적 근거를 신속히 마련하여 산업에너지 ODA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업의 질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법적 근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며, 인력과 예산 등 충분한 자원을 투입해서 현지 성과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입법 제안 취지와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국제기술협력 추진 방향을 밝히는 장영진 산업부 차관. 국제기술협력 종합지원 창구 필요성을 설명하는 민병주 KIAT 원장.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초격차 기술 선점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관련 R&D 제도 개선인 기업 주도의 국제협력, 인재 매개형 국제협력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신속한 법안 통과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성우 산업부 통상협력총괄과장도 “법적 근거와 예산 구조 개편을 통해 산업에너지 ODA 사업 수행과 성과 관리가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민병주 KIAT 원장은 “산업에너지 ODA는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선진국형 국제개발협력에 가장 걸맞은 프로젝트임에도 법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보다 정교하게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 원장은 또 “대한민국의 기술주권을 위해 전략적 국제협력을 통해 대외적으로 힘을 발휘해야 할 때”라며 “KIAT가 국제 기술협력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경제와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개별 기업이나 국가만으로는 초격차 기술 확보가 어려워졌으며, 이를 극복하려면 반도체와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석학 및 연구기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여 우리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는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이어 “R&D 생태계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도전적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기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한무경 의원은 “국제 기술협력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산업부 국제협력 사업이 지금보다 전략적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국제협력의 중요성에 비해 산업부가 수행하는 ODA 사업이 법적 근거 없이 하위 법령에 따라 수행되는 것은 문제”라며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산업기술 국제협력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 마스터플랜 구축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권성동(강원 강릉시), 서병수(부산 부산진구갑), 김성원(경기 동두천시연천군), 양금희(대구 북구갑), 이인선(대구 수성구을) 등 여권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산업기술 국제협력 및 산업에너지 ODA 확대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