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거론되는 사람들 가운데는 유독 법조인이 많다. 그중 '청빈(淸貧)' 이미지 법조인 3명이 포함돼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당선인은 작년 대선 때 선대위원장 후보 중 한 명으로 조무제 전 대법관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조무제 동아대 석좌교수의 별명은 청빈한 선비 '딸깍발이(가난한 선비)'다. 93년 첫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공개 대상 고위 법관 103명 중 꼴찌를 차지하면서 '꼴찌 판사'란 별명도 얻었다. 대법관 생활 때도 법원 앞에 보증금 2000만원 원룸 오피스텔을 얻어서 생활했고, 34년간 법관 생활을 하고 떠난 후엔 "대법관을 한 사람이 변호사를 할 수는 없다"며 개업을 거절했다. 장관급 대우를 받는 대법관을 6년 지내고 퇴임할 때 재산은 아파트 한 채를 포함해 2억여원이 전부였다.
최근 중앙선관위원장을 스스로 그만둔 김능환 전 대법관도 법관 재산 등록 때마다 '청빈 판사'로 거론됐다. 2006년 대법관으로 임명될 당시 총재산이 1억3800여만원(시가 기준 4억4900여만원)으로 사법부 전체에서 꼴찌에서 둘째였다. 지금까지도 서울 송파구의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가 거의 유일한 재산이다. 김 전 대법관 역시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김 전 대법관은 사시 동기(17회)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뛰어난 법관"이라고 극찬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함께 근무한 후배 법관들이 본받고 싶은 '법관의 사표(師表)'로 꼽기도 했다.
대선 때 새누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지낸 안대희 전 대법관도 검찰 재직 시절 재산 공개에서 아파트를 포함해 전 재산이 2억5000여만원으로 법무부와 검찰에서 꼴찌를 기록해 역시 '꼴찌 검사'로 불렸다. 그도 역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이 '청빈 3인방' 외에도 당선인 주변에서 이강국 전 헌재소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김영란 전 대법관 등 법조인 출신 여럿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준 전 헌재소장, 부위원장인 진영 의원 등도 판사 출신이다.
박 당선인이 법조인을 중용하는 것에 대해 한 측근은 "당선인이 법치주의에 대한 일종의 집착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 때 과거사 사과 성명을 발표할 때 '유신이나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된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 구절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다"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법치주의를 원칙대로 적용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부채 의식 같은 것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당선인 주변에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 당선인에 대해서 '아픈 행동'을 많이 했지만 여전히 그를 존중하는 것 역시 김 전 수석의 소신과 원칙을 높이 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