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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정치 영화의 품격

  • 이하원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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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1.14 23:30

    
	이하원 정치부 차장
    이하원 정치부 차장

    영화 '레 미제라블'이 끝날 무렵 아내는 울고 있었다. 극장 곳곳에서 눈물을 닦으며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시작할 때만 해도 뒤로 젖혀져 있던 기자의 몸은 어느새 곧추세워져 있었다. '혁명 가요'인 주제가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가 울려 퍼질 땐 손뼉을 칠 뻔했다. 2시간30분짜리 뮤지컬 영화가 400만명이 넘는 한국 관객으로부터 격찬을 받은 것은 기록적인 일이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자베르 경감과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19년간 수감됐던 장발장. 두 사람의 대립과 갈등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연상시켰다. 19세기 초 프랑스 민중들의 고단한 삶이 스크린을 지나가는 동안 두어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국민이 굶주리고 힘들어할 때 국가와 지도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파리 시민은 왜 젊은 혁명군이 간절히 도움을 바랄 때 문을 걸어 잠갔던 걸까.

    영화를 보며 기자와 비슷한 상념에 잠겼던 이들은 SNS에 자신들의 느낌을 토해내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아닌 자신들이 패배했다고 느낀 이들은 '힐링(healing·치유)'의 느낌을 주로 쓰고 있다.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나누고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가 수감되기도 했던 한 고위 공무원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라는 노명식 교수의 책을 다시 찾아 읽으려고 합니다. 순수한 열정이 현실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뤄지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도 다시…."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을 울리며 성공한 배경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중영화가 지식인층의 호평을 이끌어 낸 이유로는 이 영화가 가진 품격(品格)이 첫손가락에 꼽히지 않을까. '레 미제라블'은 혁명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거친 언어를 앞세우지 않았다. 가진 자들의 이기심을 비판하면서도 인간애를 잃지 않았다. 생각의 지향점이 다른 이들이 모두 이 영화에 감동하는 것은 수준 높은 예술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레 미제라블'의 성공은 18대 대선 직전에 정치성을 전면에 드러냈다가 역효과를 일으킨 우리나라 작품들과 비교된다. 지난해 11월엔 새누리당의 전신(前身)인 민주정의당 정권하에서 자행된 고문(拷問)을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대선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관객 30만명을 넘기는 데 그쳤다. 잔혹한 고문 장면만 집중적으로 보여준 탓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대선 막판엔 민중 화가의 '박근혜 출산' 그림이 논란이 됐다. 그의 다른 그림은 여성의 생식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머리를 한 뱀이 나오는 모습도 생생히 묘사했다.

    정치성이 두드러진 작품들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낀 중도층이 오른쪽을 향하게 했다. 보수 세력이 소리 없이 결집하는 계기도 만들어줬다.

    현실을 바꾸려는 정치 영화와 정치 미술은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며 전략을 수정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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