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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막노동하며 홀로 키운 딸 상견례 다가오자 부담 될까봐… 삶 대신 죽음 택한 시각장애인

  • 부산=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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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10.20 03:06 | 수정 : 2012.10.20 22:52

    
	20년 막노동하며 홀로 키운 딸 상견례 다가오자 부담 될까봐… 삶 대신 죽음 택한 시각장애인
    시각장애 4급인 50대 남성이 딸의 결혼 상견례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 "더 살아봤자 너희에게 부담만 될 것 같다"고 썼다. 이 남성의 아들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오후 5시 36분쯤 부산 강서구 대저동 낙동강 대저생태공원 습지에서 김모(57)씨가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시각장애 4급으로 녹내장을 앓고 있었다.

    숨진 김씨는 추석 전날인 지난달 29일 아들(33)과 딸(30)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에 볼일이 있어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간 뒤 2주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시신이 발견된 후 김씨의 집 책상 서랍에서 아들과 결혼을 앞둔 딸에게 남긴 유서 1통씩이 발견됐다. 서랍 안에는 자신의 지갑과 휴대전화가 있었고, 영정 사진까지 준비돼 있었다.

    그가 남긴 유서 첫 문장은 각각 '사랑하는 아들에게'와 '사랑하는 딸에게'로 시작됐다. 그는 유서에 "더 살아봤자 너희에게 부담만 될 것 같다, 장님이 되고 뇌경색이 재발해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자살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썼다. 또 "장례비도 걱정이니 시체를 못 찾도록 생을 마감하겠다, 저승에서라도 너희를 돕겠다"고 글을 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장애가 있던 눈 상태가 악화되고 지난해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2개월간 병원치료를 받았다. 건강 문제로 생계를 지탱하던 회사 경비원 일까지 그만뒀다. 김씨는 이전에 가구 만드는 일을 하다가 여의치 않아 서울 등지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20여년 전 사별한 부인을 대신해 두 자녀를 혼자 키워왔다고 경찰은 말했다. 특히 김씨는 추석을 지낸 후 하게 될 딸의 결혼 상견례를 앞두고 자신이 결혼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는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었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과 병든 자신 때문에 헤어진 것으로 보고 무척 마음 아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과 함께 은행에서 4000만원을 대출해 마련한 전세금으로 집을 얻은 것을 비롯해 뇌경색 치료비 등으로 1억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어려운 가정 형편과 병 때문에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김씨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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