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지난주 발표한 국방 분야 공약에서 '사병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도 "왜 아까운 남성들을 2년 몇 개월씩 군대에 보내나. 1년만 보내고 대신 직업군인제를 하자"고 말했다. 여야 모두 입대 예정자와 그 부모의 표심을 겨냥해 군 복무 기간 단축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사병 복무 기간 18개월 구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말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젊은이들을 군대에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고 발언한 뒤 내놓았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듬해 2월 2014년 7월까지 육군·해병대는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1개월로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연달아 터지자 육군·해병대는 21개월, 해군은 23개월, 공군은 24개월로 동결된 상태다.
사병 의무 복무 기간은 북한이 5~10년이고 팔레스타인과 무력 대치 중인 이스라엘도 남성 36개월, 여성 20개월로 군사적 긴장 상태가 높은 나라일수록 긴 편이다. 반면 중국과 정치적·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진 대만은 36개월에서 12개월까지 단축했고, 독일도 통일 이후 18개월에서 8개월로 복무 기간을 줄여왔다.
국방부는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면 2029년까지 병역 자원이 최대 6만9000명 부족해진다고 분석했다. 그 공백을 메우려면 첨단 무기를 전선(戰線)에 더 배치해야 하고 장교 숫자는 증원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2015년 전작권 전환으로 국방비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추가 부담까지 어떻게 감당할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복무 기간을 단축하더라도 2010년처럼 북한이 다시 도발해오면 공약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도 미리 국민의 양해를 얻어야 할 것이다.
새 정권은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계기로 군비(軍備)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 주변 상황 변화에 맞춰 새로운 국가 방위 전략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중대 국면을 맞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복무 기간 단축을 덜렁 약속할 게 아니라 국가 방위의 큰 틀 속에서 장비(裝備)와 병사(兵士)의 역할 분담 비중을 꼼꼼히 살펴본 후에 군 복무 기간 단축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입력 2012.10.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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