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1일 각료회의를 열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日王) 사죄 요구 발언에 대한 대응 조치를 논의하면서 독도 전담 부서 설치와 한국과의 고위급 대화 보류,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 한국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등 상황에 따라 앞으로 추가로 꺼낼 보복 조치들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반응은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중국에 대한 대응과 사뭇 대조적이다. 러시아 메드베데프 총리는 대통령이던 2010년 11월 2차 대전 이전엔 일본 영토였으나 전후(戰後) 자국령(自國領)으로 편입한 쿠릴 열도 4개 섬 중 하나인 쿠나시르를 방문했다. 일본은 이 4개 섬을 '북방영토'로 부르며 줄곧 러시아에 반환을 요구해 왔다. 메드베데프는 푸틴에게 대통령직을 넘기고 총리가 된 후 지난 7월에도 이 섬을 다시 찾았다. 이에 대해 일본은 2년 전엔 유감 표명과 함께 러시아 주재 일본 대사를 경질하는 정도로 대응했고 이번엔 항의 성명 한 장만 냈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로 부르고 중국은 '댜오위다오'라 부르며 분쟁 중인 동중국해의 섬에, 이 섬이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단체 소속 홍콩인 14명이 지난 15일 상륙했다. 그러자 이들을 체포한 일본은 정식 사법절차도 밟지 않고 곧바로 송환해버렸다. 일본은 2년 전 센카쿠에서 일본 경비선과 충돌한 중국 배 선장을 구속했다가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서자 재판도 못하고 서둘러 풀어줬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사법절차에 들어갔다가는 일본을 향해 돌아올 중국 측 반발을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미리 알아서 최소한의 조치만 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엔 이렇게 고분고분한 일본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쿠릴열도 4개 섬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세계 둘째 군사강국이고 센카쿠 열도를 넘보는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둘째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다. 정권 지지도가 20%밖에 안 되는 노다 정권은 이런 두 강대국을 상대로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해 일본 국민이 겪는 좌절감을 한국을 향해 분출하도록 해 정권의 위기를 넘기려는 것이란 의심을 사고 있다.
더욱 국제적 상식에 어긋나는 것은 일본 집권당인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일왕 관련 발언을 "극히 무례(無禮)한 발언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들어 야당과 함께 중의원·참의원 합동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하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상대국 대통령 발언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국회가 나서서 서면(書面)으로 '무례하다'고 규정하려는 사례는 전시(戰時) 말고는 찾기 힘들 것이다.
일본의 비상식적인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일본 선수단을 환영하는 카퍼레이드 행사가 20일 도쿄에서 시민 50만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일본 내 분위기가 정치인들이 앞장서 부추겨온 민족주의 정서 분출로 치닫고 있는 한 증거다.
일본이 요즘 보여주는 외교적 탈선과 행태들은 일본이 한국을 무력으로 침탈하고 만주와 중국을 전쟁터로 만들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아시아인을 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었던 지난 100년의 역사에서 진정으로 무엇을 배우고 반성했는가를 의심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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