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26일 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소속 의원 13명 중 구(舊)당권파 6명이 표결에 불참하고 중도파 김제남 의원마저 무효표를 만들어 구당권파에 힘을 보탬으로써 찬성은 제명안 통과에 필요한 과반에 한 표 모자라는 6표에 그쳤다. 제명안이 부결되자 신당권파의 심상정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진보당은 4·11총선 후 두 차례에 걸친 자체 조사를 통해 구당권파 주도하에 치러진 비례대표후보 경선에서 광범위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앙당기위에서 이·김 두 의원 제명을 결정했다. 지난 15일 신당권파의 지지를 받아 당 지휘봉을 쥔 강기갑 신임 대표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이 되도록 당을 혁신하겠다”며 두 의원 제명을 첫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새 지도부의 혁신 노력은 의원을 제명하려면 소속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는 정당법에 따라 열린 의총에서 첫발도 내딛기 전에 물거품이 됐다.

이석기 의원은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과거 주사파(主思派) 대부 김영환씨가 만든 반국가단체 민혁당에 참여했다가 후에 전향한 김씨와는 달리 지금껏 전향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이 된 후로도 “종북(從北)보다 종미(從美)가 문제다”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는 등의 발언을 해왔다. 이 의원이 속한 구당권파는 북한 3대 세습이나 북한의 인권탄압·북핵에 대해서도 침묵해왔다. 이 의원이 말하는 ‘진보’는 주사파를 뺀 전 세계의 진보 진영이 “가장 수구적”이라고 말하는 맹목적인 종북 노선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일로 진보당 내 주사파 세력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확인됐다. 진보당 지도부로선 이들 종북파와 동거하면서 ‘진보’ 간판을 계속 달고 있을 염치도 없어졌다.

두 의원 제명을 야권 연대 복원의 전제 조건으로 말해온 민주당도 이젠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과거 주사파 활동을 했던 세력에 미련을 두고 이들과 함께 계속 진흙밭을 뒹굴지, 아니면 이들과 완전히 절연(絶緣)하고 새로운 진영을 편성할 것인지 양자(兩者) 택일을 해야 한다. 국민은 민주당 대선주자는 물론 범야권 주자를 노리는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 교수로부터도 분명한 입장을 듣길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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