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은 지난해 산업재해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한 GS건설을 '2010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4월 27일
양 노총이 공동캠페인단을 처음 꾸린 때는 2005년 4월이다. 산재(産災)사망의 심각성을 알린다는 취지로 이듬해부터 매년 4월 28일에 최악의 기업을 뽑기로 했다. 이날로 정한 데는 유래가 있다.
1996년 4월 28일 세계 각국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위한 기리기 위한 집회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서 열렸고 이날을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자유노동조합연맹(ICFTU)이 추모의 날로 정했다.
공동캠페인단이 살인기업 선정의 근거로 삼는 자료는 노동부의 산재 사망자수 통계다. 하도급을 준 경우도 포함한 수치(數値)다. 2006년에 이어 올해에도 최악의 기업으로 뽑힌 GS건설은 작년 공사에서 14명이 산재로 숨졌다.
대림산업(9명)과 경남기업·서희건설·쌍용건설(이상 8명)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 부문 최악의 기업에는 대우조선해양(6명)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캠페인단이 이들 회사에 '살인기업'이라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쓰는 이유는 안전 불감증이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서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공시에서 수주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1% 뛰어오른 2조 3929억원이었고 매출은 1조 9393억원, 영업이익은 1316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가 하도급을 준 공사장 안전관리에 조금 더 신경썼다면 불의의 사고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철골 구조물이 무너져 5명이 숨진 작년 7월 의정부 경전철 공사와 작년 한해 3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공사가 그 예로 꼽힌다.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야간작업 강행, 안전모 착용이나 무전기 지급 확인 등 현장감독을 소홀히 한 점이 문제됐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들도 추락사고가 많아 안전불감증 사례로 꼽힌다. 관련 기업들은 "노동부 통계를 기초로 해 산재 사망 건수에 대한 이의는 없지만 '살인기업'이라는 표현은 너무 자극적인 것 같다"며 "사고 나기 바라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으며 해마다 안전 관련 시스템도 보강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재 사망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데도 정부는 올해부터 건설현장 자율점검제도를 도입했다. 공사현장 책임자가 안전관리를 비롯한 공사전반에 대해 스스로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등이 직접 챙기기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도입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OECD 21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산재 사망률을 보였다.
2006년 말 기준 10만명당 산업재해 사망률이 20.99명으로 뒤를 이은 멕시코(10명), 포르투갈(6명), 캐나다(5.9명)보다도 훨씬 높다.
전년 대비 사망사고 감소율이 10% 이상인 호주와 헝가리를 비롯해 사고 감소율이 5% 이상인 나라도 수두룩한데 한국은 2%에 불과했다.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업무도 지방자치단체에 넘길 계획이다. 산업안전에 대한 관리 감독과 처벌 강화 의지가 약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동캠페인단은 이번에 살인기업을 발표하면서 행정안전부에 특별상을 주기로 했다. 이유는 뭘까. 캠페인단은 작년 6~12월 희망근로 작업 도중 27명이 사망해 '희망근로'가 '절망근로'가 됐기에 행안부에 상을 준다고 밝혔다.
정부가 산재 예방에 앞장서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억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27명 중에 산재로 사망한 경우는 8명뿐인데 통계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19명은 간경화나 심근경색 등 개인 질병 때문에 숨졌는데 산재 사망으로 싸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희망근로 도중 산재사망 사례는 차에 치여 숨지거나 맨홀 안에서 작업하다 질식사한 경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