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출산은 아기에게 주는 첫 선물이에요. 임신 과정이 순조로운 건강한 산모라면 집에서 아기 낳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예비 엄마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지난 1월 딸 예나를 집에서 낳은 탤런트 김세아(37)씨가 자신의 출산 경험을 담은 책 '김세아의 자연주의 출산'을 펴냈다. 6일 금호동 집에서 만난 김씨는 "아기를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법으로 세상과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가정 출산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첼리스트 김규식(39)씨와 결혼했다. "임신 초기에는 일반 산부인과를 다녔어요. 하지만 산모 몸을 기계 대하듯 하는 산부인과에 실망했어요. 마치 불친절한 식당 같더라고요. '과연 여기가 소중한 내 아기가 태어나야 하는 곳일까'라는 회의가 들었어요."

연초 집에서 태어난 딸 예나와 김세아씨 부부. 남편 김규식씨는“핏덩이였던 예나를 제 손에 받던 순간, 경이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했고, 김세아씨는“둘째를 낳게 되면 역시 가정 출산을 할 것”이라며“나중에 딸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정 출산을 결심한 것은 임신 6개월 무렵이었다. 우연히 요가학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출산이라는 비즈니스'를 보게 됐다. 영화는 아기를 낳는다는 중대사 앞에서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부모가 병원의 볼모가 되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고발한다.

가정 출산을 말린 것은 친정어머니였다.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염려하는 어머니를 설득한 것은 남편 김규식씨. 남편 김씨는 "유럽 유학 중에 가정 출산을 흔하게 봐서, 위험하거나 별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유럽 가정에서는 30%, 미국에서는 8% 정도가 가정 출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가 안 된다.

남편의 지원에 힘을 얻은 김씨는 자기 뜻을 지지해주는 산부인과를 새로 찾고, 조산사도 미리 구했다. 집에서 출산한다 해도 숙련된 처치를 할 수 있는 조산사와 의사가 입회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산사를 불러 가정출산을 할 경우 병원 분만때보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병·의원이나 조산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하면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출산비 25만원을 지원한다.

김씨의 가정출산 예찬은 끝이 없다. "막 태어난 아기에게는 어두운 게 좋아요. 그런데도 병원 분만실은 형광등이 번쩍거리죠. 병원 침대에 누워서 낳는 자세는 의사들에게 편한 자세이지, 아기를 낳기 편한 자세가 아니에요. 저는 은은한 조명 아래서 남편의 상반신을 안은 채 쪼그리고 아기를 낳았어요."

예나를 낳던 날, 조산사와 의사가 출산 전 과정을 옆에서 도왔다. 음악을 틀고 향초를 피우고 최대한 평소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 11시간 동안 남편은 등을 쓸어내려 주고 마사지를 해주면서 고통을 이기려 애쓰는 아내를 도왔다.

김씨는 가정 출산은 아기에게도 이롭다고 말한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나는 태어난 직후 신생아실이 아니라 엄마 품에 오래 누워 있었다. 남편 김씨도 맨살로 예나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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