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계가 도로교통법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신곡의 주요 홍보수단인 뮤직비디오가 최근 KBS 심의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을 이유로 잇따라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기 때문. 이효리 '치티치티 뱅뱅', 비 '널 붙잡을 노래', 김장훈과 싸이 '울려줘 다시 한번', 유승찬 '케미스트리' 등이 문제가 된 곡들이다.
'치티치티 뱅뱅'에서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채 운전하고, 버스 안에 서서 춤을 추며, 왕복 2차선 도로 위를 춤추며 걷는 이효리와 댄서들 모습이 지적을 받았다. '널 붙잡을 노래'와 '케미스트리'에서는 각각 비와 유승찬이 노란 중앙선을 곁에 두고 도로 위를 뛰는 장면이 심의위원들 눈에 거슬렸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KBS에서 방영되는 각종 드라마에 숱한 불법이 난무하는데 왜 뮤직비디오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냐?"며 비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작년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아이리스'에서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는데 현재 KBS 심의실 논리대로라면 이 또한 방송이 금지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시청률 40%를 넘나들고 있지만 '막장' 드라마로 논란을 빚고 있는 KBS 2TV '수상한 삼형제' 또한 KBS 심의실의 '이중잣대'를 비난하는 단골 소재로 네티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7일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의 등장인물로 인해 끊임없이 폭력을 유도하는 상황 설정을 비롯, 사기·폭행·납치 등 방송 전반에 걸쳐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 드라마에 대해 '주의' 조치를 의결했다.
KBS 윤동찬 심의실장은 "드라마는 인간의 삶 자체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적인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뮤직비디오는 청소년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가능하면 합법적인 소재로 구성된 작품이 방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KBS 심의실에 따르면, 그간 '방송부적격' 판정을 받은 뮤직비디오 중 95%는 결국 기획사측이 지적받은 장면을 수정해 다시 방송에 나갔다. 비, 김장훈과 싸이, 유승찬 소속사에서는 모두 해당 장면을 수정한 뒤, KBS측에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 그러나 이효리 소속사인 m.net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지상파 방송사 심의에 걸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수정할 부분이 너무 많아 재심의 신청 여부에 대해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유독 뮤직비디오에만 엄격한 심의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극중 배우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제재를 받을 정도로 '규범'에 대한 원칙은 철저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