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밤 천안함 침몰 당시 지진파 외에 공중 음파(音波)도 경기 김포, 강원도 철원에서 각각 관측됐으며 폭발 위력이 TNT 폭약 기준 260㎏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폭발 위력은 당초 백령도에서 관측된 지진파를 기준으로 추정했던 수치(TNT 170~180㎏)보다 44%나 강력한 것이다.
11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사건지점에서 177㎞ 떨어진 경기 김포 관측소에선 지난달 26일 밤 9시 30분 41초에 5.418㎐, 220㎞ 떨어진 강원도 철원 관측소에서는 밤 9시 32분 53초에 2.532㎐의 음파가 각각 잡혀 사건 당시 강력한 외부 폭발이 있었음을 확인해줬다. 앞서 지진파가 관측된 지 1초 뒤인 밤 9시 21분 59초에 백령도 관측소에서 6.575㎐의 음파가 관측됐다. 특히 이 음파는 약 1.1초 간격으로 2개가 감지돼 "짧은 시간에 폭발음이 두 차례 있었다"는 생존 장병들의 진술을 뒷받침했다.
연구원은 지진파(규모 1.5)로 계산한 폭발력은 TNT 약 180㎏, 기뢰 또는 어뢰가 천안함 아래 수심 10m 지점에서 폭발했다는 가정 아래 공중음파 규모로 계산한 폭발력은 TNT 260㎏급에 해당한다는 분석을 사건 발생 5시간 뒤 군과 국가기관에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외부로 전달되는 폭발 위력은 약해지기 때문에 어뢰나 기뢰가 수심 20m에서 폭발했을 경우 폭발력은 TNT 710㎏으로 커진다고 연구원측은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공중음파는 사람들의 가청권을 벗어나는 저주파여서 귀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진파는 여러 매질(媒質)을 거쳐 전달되지만 음파는 그렇지 않아 음파를 기준으로 한 추정치가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정을 토대로 어뢰 공격이었다면 경(輕)어뢰보다 탄두 중량이 큰 중(重)어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어뢰는 천안함 같은 1200t급 함정은 물론 7000t급 대형 함정도 단발에 두 동강 낼 수 있다. 북한 반잠수정 등에 탑재되는 경어뢰는 탄두 중량이 50여㎏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상어급 소형 잠수함(300t급)에 탑재되는 구경 533㎜ 중어뢰는 탄두 중량이 최대 30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발사된 뒤 똑바로 목표물을 향해 직진하는 북한 직주(直走)어뢰의 탄두 중량은 150~300㎏이다.
군 당국은 이에 따라 북한이 공격을 했다면 수심 30m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상어급 소형 잠수함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미사일은 물론 잠수정·어뢰 등 수중무기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는 이란으로부터 신형 어뢰를 수입했을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란은 지난 2006년 로켓 추진방식을 써 보통 어뢰보다 3~4배나 빠른 '초공동(超空洞)어뢰' 후트를 개발했으며, 북한과 합작으로 유고급 잠수정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잠수정 '가디르'를 진수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