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10월 4~6일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기간 동안 경제·무역·교육·관광 분야에서 일련의 협정이 체결될 것"이라며 "중국은 그동안 북한 경제의 발전과 인민 생활의 개선을 위한 경제 원조를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원자바오 총리 방북 때도 과거 중국 주석이나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면 대규모 대북 지원을 했던 관행을 따를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은 지난 2005년 10월 후진타오 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20억달러가량의 식량과 경제원조를 제공했다고 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북한이 2008년 한 해 수출 28억달러, 수입 41억달러를 기록해 13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원자바오 총리가 이번 방북에서 2005년 후진타오 주석 방북 때와 같은 20억달러 규모의 대북 지원을 약속한다면 북한은 지난 한 해 동안의 무역적자를 메우고도 남게 된다.
리언 패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 북한이 지난 8월 이후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 "지금껏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강력한 유엔 제재가 실제로 북한에 적용되도록 중국 등과 공조해 온 것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의 무기 수·출입을 금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밝힌 경제·무역·교육·관광 분야에서의 대북 지원이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2005년 후진타오 주석 방북에서 20억달러 지원을 받은 지 정확히 1년 만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아 경제적으로 급한 상황을 넘기고 나면 회담장에선 그럴듯한 주장을 늘어놓으면서 뒷전으로 핵개발을 계속하는 일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해서 결국 북한의 핵 보유가 공식화되고 한국과 일본이 이에 대한 대응 수단을 추구해 동북아가 세계에서 핵 밀집도가 가장 높은 핵지뢰(核地雷) 지역이 될 수도 있다. 중국과 미국이 이런 사태를 원치 않는다면 대북 지원은 반드시 북핵 저지라는 국제 공조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