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아키히토(明仁) 일본 국왕을 지칭하면서 "일본 천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 일본 교도(共同)통신 이시카와 사토시(石川聰) 사장과 공동 인터뷰를 갖던 중 일왕의 방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본 천황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한국을 방문하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방문하느냐,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 천황이 세계를 다 방문했는데 한국은 방문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니까 천황이 한국방문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런 논의를 한다는 것은 한일관계에 거리감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그렇게 인정해야 한다"면서 수 차례 "일본 천황' 표현을 반복했다.
"양국관계의 거리를 완전히 없애는, 종지부를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 방한이 내년 중이라도 이뤄질 수 있으면 양국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언급한 부분들이다.
이와 관련,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도 "일본 천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내년에 일본 천황 방한이 이뤄지면 과거사에 종지부를 찍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일왕을 "일본 천황"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이 연합뉴스 기사를 통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 왕이 천황이면, 김정일이 국부겠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왕'이라고 부르는데" 등 비난 댓글들을 올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천황'이 일본 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고유 명사이고, 교도통신 측에서 '천황' 표현을 쓰며 질문을 해서 예우를 해줬을 뿐"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때 '일본 천황'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키로 했다가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일왕' 표현을 쓰기로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천황' 표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10월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하면서 정부 차원의 공식 명칭으로 규정됐으며, 이에 앞서 같은 해 9월 "상대국 호칭대로 불러주는 것이 외교 관례인 바, 앞으로는 정부가 '천황' 호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3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빈 방일 했을 때도 '천황' 호칭을 쓴 바 있다.
청와대 측은 "1998년 10월 '천황' 호칭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힌 이후 계속 사용해 온 상황에서 다시 '일왕' '일황' 등으로 호칭을 회귀할 경우 호칭문제를 둘어싼 논란이 재연돼 한·일 우호 협력관계에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어 "국제외교상으로도 상대국 호칭을 불러주는 것이 관례"라며 "한자 사용 국가인 중국과 대만에서도 일본 천황의 공식 호칭으로 '천황'을 사용하고 있고,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필리핀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황제라는 뜻의 'Emperor'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입력 2009.09.15. 17:24업데이트 2009.09.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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