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진 한 장은 단어 1천개보다 더 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비유의 힘은 더 세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비유는 사진 1천장보다도 더 힘이 세다.  비유라는 것은 ‘개념’을 가장 핵심적이면서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다.   그만큼 감성을 중심으로 한 우뇌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다니엘 핑크는 정보사회 다음에 ‘개념 사회(Conceptual age)'가 온다고 역설한다.  좌뇌를 중심으로 한 이성적인 활동에서 우뇌를 중심으로 한 감성적 개념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왼쪽 뇌는 선형적으로 활동한다.  분석에 능하다.  그런데 오른쪽 뇌는 다르다.  감성적인 활동을 한다.  그래서 앞으로 개념 사회에서는 좌뇌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개념 사회’에서는 창조적인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점점 스토리와 디자인이 중요해져서 하이콘셉트(high-concept)가 각광받게 된다.  ‘컨셉’이란 감성과 예술까지 아우르면서 전체를 조망하는 통섭의 능력이다. 인간의 오른쪽 뇌가 주로 관장하는 영역들이다.

그는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에서, 텍스트 분석을 중점으로 하는 왼쪽 뇌보다, 콘텍스트를 감지하는 오른쪽 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뇌의 능력은 공감(共感)하고 디자인하고 스토리텔링하는 것은 인간이 원초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이다.

이제 일상적이고 틀에 박힌 일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 예로, 미국에서 별로 싸울 거리가 없는 이혼을 할 때도 변호사 비용이 평균적으로 2천 달러 가까이 든다.  싸울 거리가 없는데도 2천 달러가 들다니, 루틴한 일에 대한 비용 치고는 너무 높다.  그런데 이런 루틴한 일을 쉽게 해결해주는 곳이 있다.  completecase.com이나 3 step divorce 같은 사이트에 가면 249달러에 이혼이 해결된다.  세금을 처리해주는 Quick Tax나 병에 대한 진단을 하는 Your Diagnosis 같은 곳도 그렇다.  틀에 박힌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해 주는데 필요한 과정은 점점 간단해지고 있다.

‘자동화’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점점 많아진다.  어느 분야에서든 넓고 큰 시야를 갖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하이콘셉트의 능력'이다.   '우뇌의 능력'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다니엘 핑크는 단순한 업무에서 벗어나 창조를 하기 위해서 6가지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자인, 스토리, 심포니, 공감, 놀이, 의미 의 6가지이다.

우선 디자인 측면에서는 ‘디자인이 모든 것이다’라는 모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비누와 샴푸를 만드는 회사 P&G의 CEO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비누만 만들고 디자인을 안 한다고 보는 건 오해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디자인합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경험을 디자인하고,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디자인하고, 우리 제품의 사용 경험을 디자인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디자인입니다.”  단순히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이란 이제 비즈니스의 필수다. 모든 비즈니스는 디자인이란 언어를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경험이든, 기능은 기본이고 디자인으로 더 강력하게 호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토리가 필요하다.  스토리는 주장과 다르다.  주장은 나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인 반면, 스토리는 듣는 사람과의 공감을 전제로 전달된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는 이 시대에 팩트(fact·사실가 너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 많은 팩트들을 스토리로, 문맥으로 엮어내지 못하면 팩트 자체도 사라진다. 인간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에 스토리는 영화 산업·게임 산업 등 많은 산업의 기초가 된다.

그리고 ‘심포니’도 있다.  오케스트라에서 좋은 소리를 내려면 조화가 필요하다.  하나하나 악기가 각자 집중하는 걸 넘어서, 전체가 같이 조화하는 심포니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니엘 골드만은 ‘큰 그림 사고 (big picture thinking)'을 이야기한다.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IQ보다 ’시각‘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조화(symphony)란 '큰 그림으로 생각하기'다. 조각들을 맞춰 결합시키고, 큰 그림을 보고, 트렌드와 패턴을 찾는 것이다. 조각을 결합해서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그래서 이 ‘심포니’ 능력은 아웃소싱하기도 어렵고 자동화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시대는 ‘심포니’의 능력을 지닌 전문가를 원한다. 좁고 막힌 사고의 전문가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큰 그림을 보지 못 하고 단기적인 이익만 바라보느라고, 좁고 막힌 사고의 전문가가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재앙을 불러왔다.   따라서 어느 분야에서든 더 넓고 큰 시야를 갖고, 더 큰 그림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전문가의 가치가 높아진다.

구글에서는 직원을 채용할 때 ‘빅 씽커(big thinker)'를 찾는다고 공언한다.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 얼마나 크게 보고 생각할 수 있는가를 본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구글의 공식 블로그에 나와 있다.

또한 공감(empathy)의 능력이 중요하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고 다른 사람의 심장으로 느낄 줄 아는 능력이다. 판매나 디자인 모두에 필요하다. 공감하는 능력은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노년층을 위한 디자인이나 제품을 보자. 젊은 디자이너는 일부러 시야가 좁아지는 안경, 민첩성을 떨어뜨리는 장갑을 끼고 체험을 해본다. 그래야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디자인과 진정한 제품이 나온다.

논리만 가지고는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이는 어떤 메시지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니엘 핑크는 논리가 아니라 공감대를 강조한다.  그리고 늘 진지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고 본다.  놀이(play)의 중요성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단순한 지식의 축적(cumulation)이 아니라 그 지식의 총합체에 의미(meaning)를 부여하는 작업이 더 가치 있다.

그래서 다니엘 핑크는 정보 사회를 넘어선 개념 사회가 ‘실용성+의미’의 사회라고 정의한다.  열려 있는 시스템이 닫혀있는 시스템을 이긴다.  단기적으로는 닫혀 있는 시스템 안에서 구성원들끼리 이득을 주고 받는 것이 우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볼 때 닫혀 있는 시스템은 발전할 수가 없다.  열려 있는 시스템 안에서 재능은 또다른 재능을 끌어들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혼돈의 상태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시스템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닫혀 있고, 끼리끼리 이득을 돌리는 시스템 속에서는 장기적인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다니엘 핑크의 책들은 세계를 매혹했다.  그가 주창하는 감성과 개념은 논리와 정보 위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나아가게 될 것인가를 보여준다.  핑크가 2009년 3월에 서울에 와서 ‘창의포럼’에서 남긴 말들은 신선하게 청중을 매혹했다.  방한해서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핑크는 20대에게 ‘계획을 세우지 마라’고 주문했다.  왜?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이것이 그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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