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한가운데에 세계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다.
북태평양의 하와이 섬 근처 해상에는 쓰레기들이 모여 한반도 면적의 최대 7배나 되는 '북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구역(Great Pacific Garbage Patch·GPGP)'이 형성돼 있다. 20여년 전부터 각국이 배출한 쓰레기가 모여 서서히 생겨난 이 구역을 탐사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탐사팀이 지난 2일 출발했다.
서경 135~155도, 북위 35~42도 해역에 위치한 GPGP는 해류의 흐름으로 쓰레기들이 일본과 미국 서부 해안 사이에 타원형 모양의 '북태평양 아열대 수렴 지역(STCZ)'에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편서풍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도는 북태평양 환류를 따라 쓰레기가 섞여 돌다가, 무풍지대인 STCZ에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것. 미 해양대기관리처(NOAA)에 따르면 플라스틱병과 폐타이어, 버려진 그물, 장난감 등이 뒤섞인 이곳 쓰레기들은 90%가 플라스틱 제품이다.
탐사팀의 라이언 여키(Yerkey) 팀장은 영국 BBC방송에 "해변이나 강, 샛강 등 모든 물가에 남은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결국 이곳에 모인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을 잇는 거대한 육교가 생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곳 쓰레기 더미는 바다 위를 떠다니기 때문에 면적이 일정치 않다. 최대로 확산되면 태평양 전체 면적의 8.1%까지 차지할 수 있다. NOAA는 이곳 쓰레기양을 약 1억t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 조각이 너무 작은 데다 수면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위성사진으로는 관측되지 않는다. 이곳 쓰레기의 출처는 20% 정도만이 배에서 버린 것이고 80%는 육지에서 온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GPGP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97년 요트 항해사 찰스 무어(Moore)에 의해서다. 그전에는 존재 가능성만이 예측됐었다. GPGP가 위치한 북태평양 아열대 순환류 지역은 수심이 깊고 바람이 약해 플랑크톤 등 영양분이 순환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어류가 거의 살지 않아 어선들도 갈 일이 없었다. 요트 경주대회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발견한 찰스 무어는 발견 당시의 느낌을 "플라스틱 건더기가 떠 있는 수프 같았다"고 했다.
문제는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이 자외선에 의해 서서히 부스러지면서 새들이 이를 모이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플라스틱만 먹은 새들은 결국 굶어 죽는다. NOAA의 러스티 브레이너드(Brainard) 박사는 "하와이 섬 주변에서 죽은 새 뼈들을 다수 발견했다"며 "이들의 위 속에는 플라스틱만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3주간 이곳을 탐사하는 탐사팀은 쓰레기의 규모와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방안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