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DRC·옛 자이레) 동부는 세계적인 자원의 보고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목재와, 다이아몬드, 금, 코발트, 구리, 주석, 텅스텐,탄탈럼 매장량이 약 3000억 달러(약 385조원)어치라는 추정도 있는 데 대부분 동부 콩고에 쏠려 있다. 콩고는 영토 크기가 224만㎢로 한반도의 10배 크기인 대국이고, 아프리카 정중앙에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동부 지역에 있는 북 키부(Kivu) 주, 남 키부 주는 주석 원광인 주석석(朱錫石), 금,탄탈럼의 원광인 콜탄 등 3대 금속 광물이 풍부하다. 특히 희유(希有) 금속 탄탈럼은 최근 국제 사회에서 귀하신 몸이다. ‘회색 금’이라고도 불리는 탄탈럼은 녹는 온도가 높고 다른 금속과 결합하여 강도를 높여주는 특성이 있어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들어간다. 수요가 폭증, 국제 시세도 뛰고 있다. 동부 콩고는탄탈럼 세계 매장량의 80%를 갖고있다.
◆저주가 된 자원들
정상적으로 개발되면 유례없는 국부를 갖다 줄 수 있는 콩고의 자원은 되레 ‘저주’가 되었다. 나라가 큰 탓인지, 서부 킨샤사에 있는 중앙 정부의 영향력이 동부 국경 지대에는 잘 마치지 않는다. 이곳의 북 키부 주에 자리잡은 반군은 광물 자원을 자금줄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로랑 은쿤다(Nkunda) 전 콩고민주공화국 장군(1967년생)이 2004년 정부군에 맞서 시작한 ‘키부 분쟁’은 광물을 팔아 산 무기로 장기화하고 있다. 주민은 끊임없는 전화(戰禍)에 내몰리고 있다.
은쿤다가 이끄는 반군 ‘인민방위 국민회의’(CNDP)는 지난 10월 27일 공세에 나서, 현재 북 키부 주의 주도 고마를 포위하고 있다. 피난민 100만 여명이 발생, 대규모 인도주의적인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은쿤다는 4년 전 무장 투쟁을 시작, 근거지로 부카부 지역을 점령하고, 북 키부 주의콜탄 채굴권을 독점해왔다. 병력 규모는 5000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진행중인 전투는 지난 1월 정부와의 평화 협상이 깨진 뒤 계속되던 전투가 악화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1일자에서 콩고 정부가 이 지역에 개입하면서 광산을 둘러싼 이권 싸움이 전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은쿤다의 거병(擧兵) 명분은 동부 콩고 지역의 투치 부족 보호. 적대적인 후투 부족 민병대(FARDC)로부터 자신의 투치 부족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후투 족과 투치 족은 동부 콩고 및 인접 르완다에 살고 있다. 특히 르완다에서는 1994년 약 100일에 걸쳐 투치 족 80만 명이 집권 투치 족 정부에 의해 대량 학살된 바 있다.
키부 분쟁은 4년 전, 콩고 내전 종식 과정에서 군벌의 무장 해제를 둘러싸고 시작됐다. 은쿤다는 정부군으로 편입되면서 자신이 이끌던 무장 세력을 다른 지역으로 배치하려던 정부측에, 자신의 부족인 투치를 정부가 보호해 주지 못한다며 거부했다.
“광산 활동이 이들 무장 그룹의 돈줄이 되고 있다는 것 너무 명백합니다”라고 영국 런던에 있는 비정부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의 콩고 팀원 리지 파슨스는 말했다(AP통신 지난 1일 보도). “광물이 없는 곳엔 반군도 없습니다”라고 동부 콩고의 정부 고위 책임자인 조셉 무킨드 카케즈는 말했다(미국 신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4일 보도).
반군들은 광산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반군들이 광산을 통제하고 있죠. 그들은 광물을 중간 상인에 팔고, 상인들은 다음 사람에게, 이렇게 해서 판매 연결 고리가 형성됩니다. 광물을 등짐으로 지고 나가 팔지요. 그런 다음 조그만 활주로로 갖고 가 소형 비행기에 싣고 콩고 밖으로 내보냅니다. 국경 너머에서 외국 상인에게 넘기지요.”(제니퍼 쿡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UN의 반군 거래 제재도 별무효과
콩고 광물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은 건 중국이 지난 4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와 체결한 90억 달러의 거래에서도 나타난다고 AP통신은 1일 전했다. 중국 기업 컨소시엄은 콩고 국영광산회사에 구리 1060만t, 코발트 62만6000t을 채굴해 가져가는 댓가로 콩코민주공화국에 4000㎞의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개선을 지원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키부 분쟁은 은쿤다의 세력과, 정부군과의 양자 대립 구도다. 하지만 여기에 은쿤다의 투치족과 앙숙인 후투족 무장세력 ‘르완다 해방민주전선’(FDLR)이 또 한 축을 이룬다. 비정부기구 ‘글로벌 위트니스’는 동부 콩고 지역 내 불법 광물 거래는 FDLR이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말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지난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콩고 동부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한 결과, “FDLR이 광물 거래에서 가장 활발한 무장 세력인 걸 발견했다”면서 광물을 캐고 파는데 콩고 정부군 병력의 긴밀한 협조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유엔은 국제적인 IT 기업들이 콩고 산 불법 탄탈럼 원광을 구입할 수 없도록 제재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국가 르완다로 밀반출된 뒤 팔리는 콩고 산 탄탈럼 원광의 거래는 막지 못하고 있다. 르완다에서는 탄탈럼 원광이 생산되지 않는데, 이 나라에서는 많은 탄탈럼 원광이 팔려 나가고 있다. 2001년 유엔 보고서는 콩고 무장 세력으로부터 입수한 탄탈럼 원광을 팔아, 르완다 군이 지난 18개월 간 최소 2억5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전하고 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면 됐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유엔은 이로 인해 2002년 보고서에서 직접 콩고 내 무장 단체를 겨냥한 제재를 제안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북 키부 주 주도 고마에 있는 광물 수출업자 마크 팻젤트 씨는 “누가 합법적인지, 불법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광물이 내 손에 오기까지는 많은 손을 거칩니다. 중개인에게 어디서 산 것이냐고 물으면 그는 당연히 합법적인 광산업자로부터 구입했다고 그러지요”라고 말한다(미국 신문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11월 4일 보도). 콩고 정부가 바로 세워져 공무원에게 적절한 급여를 주고, 불법 광물거래의 싹을 없애기 전에는 힘들다고 그는 덧붙였다.
콩코는 1995년 이후 두 차례나 나라 전체가 전화(戰禍)에 휩쓸렸다. 제1차 콩고내전(1996년 11얼~1997년 5월), 그리고 바로 이어 발생한 제2차콩고내전(1998년 8월~2003년 7월)이다. 그 배경에는 풍부한 자원이 있다. 특히 제2차 콩고내전은 아프리카의 8개국이 병력을 보냈고, 25개 무장 단체가 개입해 ‘아프리카의 세계대전’이라고 불린다. 내전 속에서 500만 명 이상이 전쟁으로 인한 부상보다는 질병, 기아로 숨졌다.
콩고는 반군이나 무장세력이 자금줄로 자원을 이용하는 유일한 경우가 아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석유가,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마약이 군벌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동부 콩고의 주민들에겐 탄탈럼 원광이 들어간 휴대폰은 아직 먼 얘기이다. 주석 원광이 들어간 캔에 담긴 음료를 마실 기회도 많지 않고, 금 목걸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그것 때문에 그들은 계속 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