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 테마’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던 평창 일대 부동산이 올림픽 유치 실패 충격에 빠졌다. 평창 일대는 올림픽 유치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돌면서 땅값이 급등하고 펜션·리조트 분양 붐이 불었다.
평창에 1조4100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알펜시아' 리조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곳은 2014년 동계올림픽이 유치됐을 때 베이스캠프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가 좌절된 뒤 그 현장을 찾아가봤다. 용평리조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 공사 현장에는 곳곳에 타워 크레인이 서 있었다. 흙과 건설 자재를 나르는 덤프트럭들이 분주히 오갔다. 알펜시아 건설본부 정해화 건축관리팀장은 "유치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도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인력과 200여 대의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491만 9568㎡(약 148만평) 부지에 조성 중인 알펜시아에는 27홀 회원제 골프장, 골프 빌리지, 특 1·2급 호텔, 콘도미니엄, 스키장, 워터파크, 콘퍼런스 센터, 18홀 퍼블릭 골프장, 전원형 캐빈, 생태학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알펜시아(Alpensia)는 독일어로 알프스를 의미하는 알펜(Alpen)과 아시아(Asia) 또는 환상(fantasia)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착공식을 했고, 2008년 10월 완공이 목표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20% 선, 올림픽파크의 공정률은 35% 정도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2007년도 개별공시지가를 살펴보면, 평창 지역은 알펜시아 조성사업 시작의 효과로 1년 동안 땅값이 10.9% 올랐다. 알펜시아 리조트가 속한 도암면 관리지역 땅값은 평당 30만~50만원을 호가한다.
평창지역 토지의 약 60%가 강원도에 살지 않는 외지인들의 소유라고 한다. 올림픽 유치에 실패하고 나서 주식시장에서 올림픽 관련주들이 급락한 것과 달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당시 20~30% 정도 급락했지만, 결국 2년 만에 하락분을 만회하고도 더 올랐던 경험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암면 은평부동산 박제홍 중개사는 “작년에는 한 달 평균 6~7건 정도 거래가 있었는데 올해는 지난 1월1일부터 양도소득세 60% 부과가 시행되면서 지금껏 단 한 건도 중개를 못했다”며 “올림픽 유치 실패보다는 과중한 양도소득세가 문제”라고 말했다.
알펜시아의 총사업비(1조4100억원)는 올해 강원도 전체 예산(2조5533억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이전에 이런 대규모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아킬레스건’이다. ‘사업 부도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진다.
강원도가 전액 출자한 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 사업을 위해 행정자치부로부터 3500억원의 채권 발행 승인을 받았다. 나머지 비용은 각종 시설 분양을 통해 점차 채워간다는 계획이다.
알펜시아 문제의 핵심은 사업에 투자하는 1조4100억 원을 어떻게 조달하고 회수하느냐에 있다. 강원도개발공사 박세훈 사장은 “골프 빌리지 400개 이외에 전원형 캐빈 50개, 예술인마을 50개, 빌리지 콘도 500개 등을 분양해 1조2200억을 회수할 것”이라며 “용지비 2427억원은 토지로 남기 때문에 분양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각종 부대시설의 임대료, 운영수익 등으로 이익이 계속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쟁점은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자금을 제대로 댈 수 있느냐 여부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승인을 받은 3500억원의 채권 가운데 2000억원만 현금화 해서 사용하고 있어 1500억원을 추가로 현금화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채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또 다른 ‘자금줄’인 분양이 올림픽 유치가 실패한 마당에 정상적으로 되겠느냐는 의문이다. 강원도 도의회는 지난 5월 감사에서 “분양 실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강원도개발공사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VIP보다 더 중요한 사람을 일컫는 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분양이기 때문에 전략상 공개할 수 없다”며 “5개월 뒤 문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가 분양 상황을 공개하라고 했던 이유는 너무 비싸서 잘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로 말미암아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골프빌리지의 평당 분양가는 평형과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2000만원. 인근 용평리조트의 ‘더 포레스트 레지던스’ 2차 분양분 평당 단가와 같다. 일부에서는 “고급자재를 쓴다고 해도 건설원가가 3.3㎡(1평)당 500만원이면 충분한데 2000만원이나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도개발공사는 “최고급 자재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3.3㎡(1평)당 건설원가만 900만원이 넘는다”며 “다른 기반시설 마련과 토지 비용, 가치 상승분 등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올림픽 유치 실패 바로 직후 알펜시아 사업에 대한 논란이 일자,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알펜시아 사업은 동계올림픽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수준의 휴양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7홀 골프장의 페어웨이를 따라 늘어서게 되는 알펜시아 골프 빌리지는 총 400세대다. 하루 이틀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한번 오면 열흘 또는 한 달 이상 머무는 ‘정주(定住)형 리조트’로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투자설명회에는 400여명이 참석했다. 1가구 2주택 적용을 받지 않아 종합부동산세나 보유세,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앞으로도 이렇게 뛰어난 입지 조건에 골프 빌리지가 생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순히 콘도를 파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전망을 파는 것”이라고 밝혔다.
알펜시아 골프 빌리지는 218㎡(66평)형부터 552㎡(167평)형까지 모두 7개 타입이다. 최소 12억원에서 최대 39억원이다. 여기에 골프회원권 5억원은 별도다. 최근 현장에 샘플하우스(281㎡형)가 만들어졌으며, 2차분은 연말부터 분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