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는 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권력의 온갖 탄압을 견디면서 자유를 쟁취해온 언론인과 시민의 노력이 있고, 그 뒤에는 이들을 돕는 국제적 힘도 있다. 그 국제적 협력자로 선두에 있는 것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RSF·Reporters sans frontieres)’다.

RSF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탄압과 구금,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언론인을 구하기 위해 어디든 달려간다. 그 억눌린 현실을 쉴새 없이 외친다. 1998년 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에서 권력 비리를 보도한 기자가 권력에 의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밝혀냈고, 구(舊)소련 시절 KGB를 고발해 체포당한 기자도 석방시켰다. 매년 세계 각국의 ‘언론 자유 지수’도 발표하는데 2006년 한국은 168개국 중 31위, 북한은 꼴찌였다.

파리 시내 9구. 상가가 뒤섞여 어수선한 좁은 길가의 고풍스러운 건물 6층에 RSF 본부가 자리잡고 있었다. 출장 가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까지 합쳐서 본부 인원은 20명이 전부다.

대신 전 세계에 9개 지부와 5개 사무소를 두고, 또 각국에 1명씩, 전 세계 120여명의 통신원을 선정해 세계 구석구석 언론 자유가 어떻게 훼손되고 언론인이 탄압 받는지를 시시각각 감시한다.

본부 사무실에는 매혹적인 여배우의 흑백 사진도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RSF가 펴낸 사진집 포스터다. "언론 자유에 기여한 스타들의 사진집을 기획해서 판 매출액이 주요 수입원"이란다. 연간 예산은 380만 유로(약 45억 원·2005년 기준).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직접 벌어서 쓴다. 1년에 3권의 사진집, 그리고 3종의 연말 캘린더를 기획 제작해서 시중에 판매한 돈이 전체 수입의 54%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프랑스 국내외 기업들이 지원한 돈(27%), 프랑스 총리실과 외무부, 프랑스어권 국가들이 지원하는 공공 자금(10%), 그리고 언론인 회원들이 낸 회비(9%)로 굴러간다. 뱅상 브로셀(Vincent Brossel) 아시아 담당은 "유럽의 많은 NGO들은 EU(유럽연합)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데,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NGO가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려면 재정적 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베르 메나르 사무총장은 "언론 자유는 단지 언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정의와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는 기본 가치"라면서 "탄압 받는 언론인, 훼손당하는 언론 자유에 가장 가혹한 적은 그들을 세상에서 잊혀지게 만드는 우리의 침묵"이라고 말했다.

로베르 메나르 사무총장…“언론, 비판하되 공격은 말아야”

RSF의 로베르 메나르(Robert Menard) 사무총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1985년 이 단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RSF의 발자취를 담은 그의 저서 '싸우는 저널리스트들'은 국내에도 번역 소개됐다.

―언론 자유 주장이 서구적 가치인가.

"언론 자유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두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첫째, 언론 자유에는 성역(聖域)이 없다. 종교도 비판할 권리가 있다. 둘째, 비판은 하되 공격해서는 안 된다. 작년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 만평 사건 때는, 만평의 품격이 그리 높지 않아 많은 무슬림이 공격당했다고 느꼈다."

―아시아의 언론 자유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고도로 산업화된 싱가포르도, 그보다 뒤진 중국도 똑같이 정치 지도자들이 '아시아의 문화적 차이'를 외치면서 언론 자유를 억압한다. 또 아시아 각국이 다른 나라의 인권이나 언론 자유를 촉진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다. 18년째 수감된 버마 언론인 윈틴이 잊히지 않도록, 한국 언론도 종종 기사를 쓰고 관심을 가져달라."

―앞으로 역점을 둘 분야는.

"중국의 인권과 언론 자유 신장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캠페인도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구속된 언론인을 석방할 수 있도록 줄기차게 압력을 가할 계획이다."